최근 피검자가 고의나 의도 없이 현지실사 중에 조사당국이 요구한 자료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출하지 못했다고 처벌한 업무정지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부장판사 오석준)는 모 치과의사 권모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취하소송에서 피검자가 현지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당시 일부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찾지 못해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고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법에 위배된다며 업무정지 1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0년 6월 권 씨가 운영하는 치과의원을 찾아가 현지조사 중에 2009년 5월에서 2010년 4월 사이 진료 분의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요구에 2009년 10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자료만 제출하고 나머지를 찾지 못해 환자들에게 발급해 준 신용카드전표를 대신하려하자 조사요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복지부는 업무정지처분에 앞서 사전통지하면서 권 씨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줬고 뒤늦게 나머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찾아 제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지조사 당시 요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유를 달아 업무정지 1년을 확정, 이를 권 씨에게 통보했다. 이에 권 원장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에 권씨는 "실사 당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보관하고 있었지만 찾지 못해 늦지만 제출한데다 요구한 자료를 대신 확인할 수 있는 현금영수증 전표 또는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을 모아 전달,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했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정지처분에 불복, 취소소송으로 냈다.
또 권 원장은 "의원에서 사용하는 병원 관리프로그램 중 '2번에 프로그램'에 영수증 기능이 갖춰져 이를 통해 현지조사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심판에서 "복지부가 현지실사에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위반했다고 처분을 한 것은 당시 정황으로 보아 권 씨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 기피한 것이 아니어서 법을 위반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권 씨가 복지부의 요구 자료를 대신 확인할 수 있는 현금영수증 전표 또는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을 모아 전달해 부당청구를 은닉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다 현지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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