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쯤 대형병원 44곳의 초음파 검사 등 7개 비급여 항목 가격이 공개된다.
비급여(非給與)란 병원·약국 등이 환자에게 청구하는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진료항목을 말한다.
대개 비급여 항목은 성형·신의료기술 등 고가 의료행위로 환자가 자신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중 공개될 7개 항목은 초음파 검사, 캡슐 내시경 검사, 다빈치 로봇 수술, PET(양전자 단층 촬영), 상급 병실료, 교육 상담료, 각종 증명 수수료다.
이후 공개대상 항목과 병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가격이 제각각 달라 혼선을 주거나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온 대형병원 44곳의 비급여 항목을 10월부터 홈페이지에 모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환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의 민원이 쇄도하는데다 실제로 이들 대형병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비교해보고 병원을 선택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제각각인데다 가격차가 커 오랜 전부터 지적이 있어왔다.
현행법상 병원들은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홈페이지에 비급여 진료비를 게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환자들이 관심을 갖는 MRI와 CT(컴퓨터 단층 촬영)도 가격 차이가 심한 비급여 항목에 들어가 있지만 병원마다 가격 체계가 너무 달라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한 다음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는 게 심평원의 계획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쉽게 비급여 항목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가격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병원간의 경쟁이 생겨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급여 항목은 입원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평균 80%, 자신이 20%만 부담한다.
이처럼 병원 마다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가 제각각이다보니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게 건강보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문제는 18대 국회 때 건보공단에 이에 심평원 국감에서도 쟁점이 된바 있다.
박모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무력화시키는 비급여 진료비 관리 대책이 허술하다고 못 박아 지적했다.
당시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율이 2008년 기준으로 62.2%인 점을 감안하면,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율이 여전히 40%대에 머물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컸다.
언제부터 비급여의 진료를 공개해왔을까?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지난 2010년 5월부터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비를 게시하도록 의무화시켰다.
복지부가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2%가 넘는 의료기관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등 여전히 비급여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파악과 진료비 공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건보공단도 매년 ‘본인부담 진료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주로 건강보험 보장 율을 산출하기 위한 자료로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상세한 실태파악은 불가능하고 실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진료 분야와 항목별 비급여 발생량, 비율과 점유율 등은 아예 파악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급여확대정책을 펼 수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현재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제43조의 2)에 따라 환자가 납부한 비급여 진료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맞지 않는 경우 환불토록 하는 ‘진료비 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임의비급여’의 가격도 공개될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도 이 부분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임의비급여’란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환자로부터 징수가 가능한 ▲급여항목에 대한 본인부담금 ▲비급여 항목에 대한 비용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인정된 전액본인부담금이외의 다른 사유로 환자에게 징수하는 비용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재정 하의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의료서비스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으로선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어도 급여기준의 제한을 받는 문제가 생겨 이럴 경우 임의비급여 항목으로 처리한 것이 의료계의 관행이었다.
이처럼 임의비급여는 급여기준 개정이 의료환경과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되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환자가 현행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진료를 원해도 현행급여체계로선 진료자체가 불가능한데다 신(新)의료로 치료를 받고 싶어도 급여기준 개정되기 전까지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의료기관의 입장으로선 급여기준에 따른 진료로 인해 방어진료 풍조가 발생할 수 있고, 의료분쟁 증가에 따라 환자와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또 국가 차원에서는 의료인과 환자 간 불신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 의료발전과 의료선진화 저해, 의료인의 수급 불균형 현상 초래 등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의사와 환자 간의 의료정보 불균형과 전문성 차이를 악용해, 불필요한 치료비용을 환자 측에 추가로 부담시키는 피해가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임의비급여를 허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병원관계자는 “이번 심평원의 7개 비급여 항목 가격 공개 의도에 병원으로선 검토해볼 문제”라며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지만 곧 상급종합병원협회와 병협을 중심으로 대안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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