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은 지속적인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홀몸노인의 고독사 방지 등을 위해 전화로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건강드림콜 서비스 봉사사업이 시행 1주년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건강드림콜 서비스는 홀몸노인의 안정된 노후 삶을 지지하고, 상담원의 효(孝) 실천을 위하여 2010년 2월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나눔 천사’ 297명이 홀몸노인과 1:1 결연을 맺어 주 2~3회 문안전화를 시작했으며, 2010년 12월에는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사랑잇기사업 시행에 맞춰 보건복지부와 MOU를 체결하고,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나눔 천사’ 1,082명이 5만 3천회 문안전화를 실시하여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안정망 구축에 기여했다.
이런 성과로 2011년 12월 16일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2011 독거노인지원사업 평가대회에서 유공자 2명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고, 독거노인지원사업 수기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 4편의 고객센터 상담원 수기가 당선되어 장관상을 수상하게 됐다.
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행기관으로서 ‘사회적 효’ 실천을 위한 건강드림콜 서비스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함은 물론, 의료양극화 해소, 다문화 가족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우수상 수상작 '울증땜시 못 살 것어'
응모자 성명 : 강은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주일에 두 번 정해 두지 않고 불시에 할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할머니는 둘째 아들 걱정에 매일 우울증이 와서 약을 드신다고 했다.
“할머님 오늘은 좀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일주일에 두 번 통화를 하지만 할머님은 매번 누구냐고 묻기부터 한다.
그리고 나라는 걸 확인하면 여지없이 둘째 며느리 욕을 하기 시작 한다
“그 망할 것이 지그 신랑 굶겨 죽일라고 자식들만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렸어. 돈도 없는디 미국까지 가서 지그 신랑 등꼴을 빼 먹것다는 거 아녀”
매번 오토리버스 기능처럼 반복되는 할머니의 걱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할머니,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손주가 미국 가서 공부 잘 하면 아드님도 힘내실 꺼에요.”
“아녀 아녀, 뭘로 힘을 내것어. 내가 아들네 가서 밥이라도 해주고 싶은디, 이 놈의 몸땡이가 이제 쓸모가 없어서 아무디도 못가. 늙으면 아무 쓸모가 없어”
레파토리는 매번 똑 같다. 할머니는 매번 한숨에 처지 한탄만 하신다.
그런데 얼마 전 할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선상님,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도 비행기가 댕길 수 있는감? 우리 둘째 매눌이가 미국서 손자들 델꼬 온다는디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여.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비행기가 올 수 있것냐고...”
“걱정마세요 할머님, 비행기는 구름 위로 다녀서 비 안맞아요. 손주랑 며느님이랑 오신다니까 좋으시죠?”
“잉, 그냥 여그서 살았으면 좋것고만 그 먼디까지 자식들을 끌고 가서 식구들을 이렇게 다 고생시키는가 몰라. 미국가면 말도 안통해서 못 산다는디”
미국 사람과 무던히 비도 많이 오는 올 여름에 할머니는 오랜만에 방학으로 한국에 오는 손주를 보지 못하게 될까봐 좋아라 하시면서도 시름이 깊어 지셨다.
덕분에 난 가본적도 없지만 할머님 둘째 며느님이 계신다는 시카고 날씨를 매일 체크하게 되었다.
할머니께 전화하는 날이면 오늘은 미국 시카고 날씨가 좋아서 오늘 오시면 비행기가 올 수 있다고 전해드리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주를 마냥 기다리시면서 날씨가 좋다는 말 한마디에 좋아라 하신다.
손주가 언제 온다고 정확한 날짜도 모르시면서 8월 한 달을 내내 미국에서 비행기가 뜰 수 있는지 손주가 언제 올지 기다림으로 보내시는 것 같았다.
한국에 비가 많이 와서 미국도 비오는 거 아니냐고, 손주가 온다고 소식을 전해 듣기 전까지 둘째 며느리 욕만 하시고 둘째 아드님 걱정만 하시더니 손주들이 온다는 소식에 할머니의 한숨과 한탄은 잠시 멈추게 되어 다행이었다. 드디어 손주가 미국에서 왔나 보다. 전화를 드렸더니 낯선 초등학생 정도 되는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한테 누구냐고 묻길래 나눔천사라는 말을 하기 너무 쑥스러워 할머님과 말벗해 드리는 아가씨라고만 하고 끊었다. 할머니를 뵌 적은 없지만 할머님이 얼마나 좋아하고 계실지 상상 하면서 그 행복이 오래오래 가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주는 전화 한번만 드려도 내 마음은 날아 갈듯 기쁘다.
미국에 있던 손주들이 다녀간 후 할머니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선상님 전화줘서 고맙다는 인사, 그리고 선상님 덕분에 비행기가 잘 도착해서 무사히 손주들을 볼 수 있었다는 인사...
할머니와 나는 서로에게 감사한다. 할머님은 매번 번거롭게 안부전화 해줘서 감사하고 나는 정 많은 할머니 한분을 모시게 되어 감사하고..
세상은 그런거다. 받을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나눌게 없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면 전화 한통으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살면서 때때로 무엇이 옳은지 헷갈릴 때 여쭤볼 어른이라도 있었으면 할 때가 많았는데 할머니와는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어느새 걱정이 사라지고 입가에 미소만 남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것 인가 싶다.
굳이 해결책을 내 놓지 않아도 대화 속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로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오히려 할머니와 연결해 준 독거노인 사랑잇기에 감사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11: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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