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사회복귀 향한 희망, 함께 키워요”

△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대표 임금천 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인천산재병원에서 재활치료중인 특수재활교실 소속 산재장애인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11 서울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

인천산재병원(원장 이석현)에 따르면 이들은 특수재활교실에서 전문 교사들의 지도하에 기량을 닦아왔으며 지방대회와 전국대회를 거쳐 이번 대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했다.
이들 중 임금천(48)씨는 목공예 분야에서 금메달, 김순호(50)씨는 도자기 공예 분야에서 은메달을 각각 땄다.

이로써 목공예 분야에서 인천산재병원 특수재활교실 출신 기능인 세 명은 12년간 3연패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세계 57개국 445명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여서 큰 규모를 감안하면 이들의 성적은 놀라웠다.

△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 본 경기에 앞서 준비 중인 임금천 씨

‘인천산재병원 특수재활교실’은 귀금속공예, 목공예, 원예, 전통공예, 컴퓨터, 멀티미디어, 회화 등 총 7개 전공분야로 구성됐다.
병원 내 특수재활교실은 외래 혹은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보통은 취미생활이나 소일거리 정도로 시작했다가 새로운 삶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산재환자’에서 ‘기능인’으로 그리고 새로운 꿈

휠체어를 탄 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임금천(48세, 지체장애 1급) 씨.
임 씨는 당시 31세로 1994년 지게차를 운전하던 중 실려 있던 합판이 쏟아져 하반신 마비라는 사고을 당했다.
그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낯선 휠체어 생활. 이루 말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병원 목공예교실을 찾게 됐고 나무가 주는 따뜻한 매력에 사로 잡혔다.
두 손에 온 신경을 집중해 나무를 조각할 때면 극심한 통증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전문적인 지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윤봉기 재활교사가 있었다.

임 씨는 이번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순간 ‘장애인 임금천’이 아닌 ‘목공예 기능인 임금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제대회 석권이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지만 그에겐 아직 꿈이 있다. 바로 목공예가로서 공방을 갖고, 그곳에서 다른 산재근로자들의 재활을 돕는 것이다. 산재 사고 이후 한동안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돕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 목공예교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임금천씨와 지도중인 윤봉기 재활교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도움 주는 특수재활교실

“특수재활을 통해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양합니다. 신체 잔존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고 일상생활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심리적, 사회적 건강에 대한 기여입니다. 잃어버린 자신감과 희망을 만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소통하며 다시 돌아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손수 만든 작품에 감격하고, 컴퓨터 사용법을 익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짠해지곤 합니다.”
그를 주위에서 지켜 본 김평호 특수재활차장(귀금속공예교사)은 특수재활을 이렇게 전했다.

목공예 교실을 이끌고 있는 윤봉기 재활교사는 “모든 치료가 종결 된 뒤에는 이미 늦습니다. 입원기간 중 남는 시간을 활용하고, 치료 중 겪게 되는 심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안에서 기능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단순히 취미 수준에서 벗어나 사회 복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 지난 6월 인천장애인기능경기대회 장면. 가구제작, 귀금속공예, 회화, 목공예 등 기능대회 참가자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회 복귀까지 돕는 ‘진짜 재활’

지난 6월 인천지역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열띤 경쟁 끝에 총 15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가운데 인천산재병원 특수재활교실 출신 입상자는 총 9명이다.
이들은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 동안 인천산재병원에서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며 동시에 ‘특수재활교실’에서 기능을 익혀왔다.
이들은 이 병원의 특수재활은 ‘다른 병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 특별한 재활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병원은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른바 ‘돈이 되는 환자’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치료기간은 길고 수익은 적은 산재환자, 재활환자는 외면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산재전문병원으로써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내 최고 규모의 재활전문센터를 만들었고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재활을 결합한 통합재활프로그램을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산재환자가 아닌 교통사고환자, 뇌혈관계질환 재활환자들도 우리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이석현 병원장은 재활전문센터와 특수재활을 이렇게 소개했다.
“특수재활은 통합재활프로그램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단순한 치료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적인 일상 및 사회생활로의 복귀를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진짜 재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희망 키우기’는 계속 된다

가을을 맞이한 재활교실은 더욱 활기차다. 오는 25일 개최될 ‘제21회 산재근로자재활작품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 마무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많은 손님들이 찾는 큰 행사인 만큼 최고의 작품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환자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재활교사들도 전시 작품 구성과 연출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천산재병원 특수재활교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열정’과 절망의 끝에서 찾은 ‘희망’을 품고, 사회 복귀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 곳에 있다.

△ 입원중인 산재 환자가 회화교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