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띤 모습의 휠체어를 탄 바리스타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아직 능숙하지 않진 않지만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넓고 납작한 카푸치노 잔에 소복이 쌓여 있는 뽀얀 우유거품에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트와 나뭇잎 모양을 새기는 것이 전문가 못지않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지난 23일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특별한 소원이 이뤄졌다.
주인공은 지난 2월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갑자기 감각이 저하되고 근육이 약화되면서 쓰러졌던 이상훈(16)군이다.
이 군은 당시 상태가 매우 안 좋아 실명에 호흡곤란, 전신마비까지 건강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금 그는 꾸준히 치료받아 시력은 거의 회복됐지만, 여전히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이 군은 건강상태가 호전되자 메이크어위시재단의 도움을 받아 일일 바리스타로 변신해 고대 구로병원 일일 사랑의 카페 주인이 됐다.
그동안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 힘이 되어준 의사, 간호사, 의료사회사업사, 목사, 병동 식구들 50여명을 초청해 정성스레 손수 만든 커피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그는 “제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배려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병을 앓으면서 정말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때마다 가족들과 여기계신 선생님들이 큰 버팀목이 되어줬다”며 음악치료사들과 함께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깜짝 선물까지 곁들였다.
김원철 의료사회사업사는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커피와 음악을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상훈이의 아름다운 마음만큼 하루빨리 완쾌하길 바란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한편, 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세계 35개국에서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소원성취 사업을 벌이기 위해 한국에서는 2002년에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백혈병과 소아암, 난치병으로 투병중인 한 해 300명이 넘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1: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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