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신경계질환 우울증’ 진단과 치료 時急

신경과학회·뇌졸중학회·치매학회·간질학회·파킨슨병 이상운동질환학회 대거 참여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출범

지금은 ‘신경계질환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가 시급한 시기다.

‘신경계질환 우울증’은 뇌졸중, 치매, 간질, 파킨슨병 등과 같은 뇌질환 이후 나타나는 모든 우울증을 가리킨다.
최근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쏟아져 나와 관심을 끈다.
이 질환은 신경계질환 환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일차성 우울증보다 임상적 특성이 다르고, 기존 뇌질환에 악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경계질환 우울증’은 치료과정에서 뇌질환 등 심각한 중 질환에 가려져 뒷전으로 밀리거나 의사의 무관심으로 증상이 더 악화되고 있다.

김종성 회장

이러한 현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회장 김종성/사진)’가 26일 정식 출범했다.
연구회는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치매학회, 대한간질학회,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신경계질환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를 활성화시켜 뇌질환의 치료를 향상시키기 위해 힘을 합쳐 발족시켰다.

여기에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치매학회, 대한간질학회, 대한파킨슨병학회 교수들과 호주 시드니대학 신경과 크레이그 앤더슨(Craig Anderson) 교수, 일본의 Yoshiharu Kim, Kousuke Kanemoto 정신과 교수 등이 참여해 골격을 갖췄다.

앞으로 연구회가 다룰 주제는 뇌졸중, 치매, 간질, 파킨슨병 등과 같은 뇌질환 이후 명백하게 나타나는 ‘신경계질환우울증’이며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위해 교육, 연구, 홍보에 나선다.

연구회에 따르면 신경계 질환 이후 발생하는 우울증의 빈도는 30-50%에 이른다.
뇌 질환이 뇌의 `감정회로’를 손상시키고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과 같은 감정조절 신경전달물질을 변화시켜 우울증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중에 감정조절장애, 분노장애 등 우울증 유사 증세도 흔하게 나타나며 우울증은 신경계질환을 악화시키고 재활과 치료를 방해해 환자 자신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간질 같은 신경계 질환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환자뿐 아니라 가족과 국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 뇌질환 환자는 30-50%에서 우울증과 유사 증세를 가지고 있으나 주치의의 관심 부족으로 제대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신경계질환 우울증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기존 신경계 질환을 악화시켜 재활이나 치료에도 악영향을 미쳐 의료비와 사회비용을 가중시킨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항우울제 SSRI 약제에 부적절한 건강보험 급여규정이 적용돼 이들 신경계질환 우울증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이 때문에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발족의 씨앗이 됐다.

크레이그 앤더슨 교수는 뇌질환 환자의 우울증은 주치의 신경계질환 의사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진단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계질환 우울증의 임상증상은 일반인들에게서 발병하는 일차성 우울증과 사뭇 다른 특징이 있다.

침울하고 매사에 관심이 없어지는 점은 일차성 우울증과 비슷하나, 자기 비하, 자살의도 같은 증세는 비교적 적다.
흥분-동요, 상황에 맞지 않는 울음 혹은 웃음 등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보이며 화를 참지 못한다.
간질 환자의 경우 발작이 발생하기 전, 후에 우울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간질 발작 자체가 우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환자는 동작이 느려지고 말도 둔해지며 감정표현이 없어지면서 뇌질환의 증세가 마치 우울증과 비슷하게 보여 신경계질환을 잘 아는 주치의가 진단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예전부터 처방되는 삼환계항우울제와 최근 개발된 SSRI 항우울제 두 종류다.

이중 삼환계항우울제는 심장독성, 자율신경계의 부작용이 빈번한데다 간질발작 등의 신경계 증상을 악화시켜 대체로 나이가 많고, 심혈관질환, 당뇨, 자율신경계 이상 등 동반질환이 있는 신경계질환환자에 처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 약 대신 부작용이 적은 SSRI 항우울제를 신경계질환 우울증환자에게 1차 약제로 투여하도록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만 SSRI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 둬 치료 자체가 큰 난관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런 규제는 미국, 유럽, 일본, 대만, 중국, 홍콩, 호주 등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는 게 국내외 신경계질환 의사들의 지적이다.

이날 연구회는 거동이 불편하고, 언어장애, 기억력저하 증세가 있는 뇌질환 환자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보호자에게 SSRI 항우울제를 타기 위해 병원을 반복 방문하게 하고 재진료를 받게 하는 것은 매우 불평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회는 신경계질환 우울증 증상을 환자들과 의사들에게 널리 알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노력해야 하고 보건당국은 SSRI 항우울제의 건강보험 급여규정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