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한국인 5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준 美선교사의 죽음에 애도의 발길이 줄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국제크리스천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미국인 린다 프릴(52·여)씨는 지난 20일 수업 중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카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진료를 받았으나 21일 뇌사판정이 내려졌다.
가족의 슬픔도 잠시뿐.
26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 남편 렉스 프릴씨는 의료진의 뇌사 판정이 나자 평소 부인의 뜻에 따라 선뜻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 기증된 간과 신장 등 장기는 만성 신장질환환자 2명과 간질환 환자 1명에게 이식돼 새 생명을 구했다.
각막은 24일과 25일 2명에게 새 빛을 선사했다.
골조직과 피부 등 인체 조직은 검사를 거친 뒤 적합성이 검증되면 화상과 골암으로 고통 받는 한국인 환자 100명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이번 한국인에게 장기기증은 고인이 된 린다 프릴씨가 미국인으로서 최초이자 처음이다.
남편 렉스 프릴씨는 “장기기증으로 사랑을 몸소 실천한 부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 교수는 “장기 이식 시 인종차이는 의학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같은 인종끼리 조직 유사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다른 인종 간의 이식에 적합한 유사성이 맞는다면 충분히 이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린다 프릴씨의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얻은 5명의 환자들은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며 건강상태도 양호하다.
우리나라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신체 훼손 등의 편견이나 전통적인 유교사상 때문에 유족으로부터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실적이 저조하다.
그러나 린다 프릴씨의 경우 생전에 장기기증을 희망했고 남편은 부인이 뇌사판정을 받자마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양 교수는 “린다 프릴씨 부부의 값진 결정이 한국인에게 희망을 줬으며, 생명 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는데 모범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인 부부의 생명 나눔에 네티즌도 큰 감동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생면부지 미국인이 한국에서 아름다운 실천을 보여줬다”며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편 프릴 부부는 14년 전 한국으로 와 외국인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교육과 선교사업에 종사해 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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