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가 최근 병협이 약제비 차등화에 반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데 대해 반박하는 성명서를 냈다. 개원의협의회는 의료계 갈등으로 비춰질까봐 입장을 자제해왔으나 병협이 낸 보도자료를 보고 타 직역을 고려하지 않고 사실이 왜곡된 듯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성명을 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원문.
그간 우리 협의회는 금번 건정심 제도소위의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화 관련하여 어떠한 공식적인 의견 개진을 자제해 왔다. 이는 우리 협의회가 의견을 낼 경우 공연히 의료계 간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번(2011. 1. 18.) 대한병원협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경우 타 직역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아니한 채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대한병원협회는 “대형병원 가격탄력성 낮음에도 불구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상급종합병원 외래의 경우 48% 환자 증가가 있었고, 그에 따라 외래 진료비는 9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환자증가율과 외래증가율 변화추이가 의원의 경우 11.7% 대 32%인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증가율과 외래증가율 변화추이가 48% 대 90.2%여서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증가율과 외래 진료비 증가율 절대적 차이 즉, 해당 기간(5년)동안 환자증가율에 있어서 의원은 11.7%인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48%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증가율이 4배 이상 높고, 외래 진료비 증가율에 있어서도 의원은 32%인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90.2%로 3배 가량 높은 것만 보더라도 병협의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 없는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아울러 동 기간(5년) 동안 개설되어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의원 수가 상급종합병원은 2005년 42개소에서 2009년 44개소로 단 2개소 증가한 반면, 의원의 경우 2005년 25,166개소에서 27,027개소로 약 2,000개소 증가한 사실마저 감안한다면 병협의 이러한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읽게 될 것이다. 한편 금번 건정심 제도소위의 “약제비 본인부담금 차등화” 결정은 병협의 주장처럼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비싸서 보험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 의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외래환자가 지속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약간의 부담을 안겨주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자라는 결정임에도 이를 단지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적절치 아니하다.
우리 협의회가 분석한 연도별 원외처방 건당 약품비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의원, 상급종합병원의 건당약품비는 각각 8,527원, 77,408원인 반면, 2010년 상반기 현재 의원 12,021원 상급종합병원 112,925원에 이르고 있다.
병협은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찾는 대다수의 환자는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증질환에 걸려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일 뿐,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만을 치료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찾는 환자는 거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협의회가 서울 소재 유수 모대학병원의 2010년 모월 한달간 외래환자 내원 비율을 분석해본 결과 약 90%가 단일과 진료를 위해 내원하였으며, 나머지 10% 정도만 복수과 진료를 위해서 내원한 것이 확인된바, 이러한 수치만 보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를 찾는 환자가 비단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증질환에 걸려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병협은 “상급종합병원 외래의 경우 주로 치료난이도가 높은 “복합경증질환을 가진 암환자와 같은 중증환자”나 “고령환자”가 대부분“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난이도가 높은 복합경증질환을 가진 암환자와 같은 중증환자 외에 고령환자마저도 치료난이도가 높은 환자로 취급하여 상급종합병원의 치료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우리 협의회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병협은 환자들이 환자부담을 높여 상급종합병원 외래이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 경우 중증질환으로 진료비 부담이 높은 환자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증질환만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근거로 복지부가 ‘외래경증 본인부담률 조정 관련 참고자료’중 하나로 제시한 ‘의원급 다빈도 상병 50개 목록’을보면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은 1.9%에 불과한 반면, 의원급 점유율은 87.3%를 차지하고 있음을 들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의 내원일수 점유율이 1.9%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어떻게 상급종합병원에는 경증질환자가 찾지 않는다는 것으로 유추해석 할 수 있었는지는 우리협의회로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복지부의 참고자료를 분석해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의원급 다빈도 상병 50개 외래환자의 내원일수 점유율은 1.9%인 반면, 진료비 점유율은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만의 내원일수 점유율은 6.6%인 반면, 진료비 점유율은 17.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내원일수 점유율은 12.8%인 반면, 진료비 점유율은 25.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의원에서도 충분히 치료가능한 외래환자가 병원급 이상에 내원하여 진료비 점유율을 높이고, 약제비 사용을 높인 결과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이 더욱 더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해석이라 할 것이다.
병협은 집단개원(대형의원)과 상급종합병원 모두와 경쟁관계에 있는 종합병원 및 병원 외래의 경증환자 이용을 억제할 경우 경쟁력이 취약해져 종합병원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줄도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의료인프라 구축에 있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협의회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의원이 집단개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에 대응하기 위함인 것이다. 즉, 대형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원들이 경쟁력 재고와 위험분산 차원에서 집단개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는 병협이 외래 환자 진료에 있어 의원과 종합병원을 경쟁자 관계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얼마만큼 붕괴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상실감을 금할 길 없다할 것이다.
병협은 이번 복지부의 정책이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급종합병원의 의원급 다빈도 상병 50개 외래환자의 내원일수 점유율은 1.9%인 반면, 진료비 점유율은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만의 내원일수 점유율은 6.6%인 반면, 진료비 점유율은 17.1%를 차지하고, 또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내원일수 점유율은 12.8%인 반면, 진료비 점유율은 25.1%를 차지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과연 올바른 의료현실인지를 반문하고 싶다.
병협은 ‘병원은 입원, 의원은 외래’란 대의 명제를 내걸고 있으면서 의원의 입원 억제문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 “의원의 경우 지난 2001년 9.2% 정도였던 입원 구성비가 2009년도에 13.1%로 확대됐음”을 부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지난 30여 년 간 우리협의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주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었고, 금번 약제비 본인부담률 종별 차등(안)은 외래에 있어서 흐트러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고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고자 함이 그 목적인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건강보험의 미래가 밝을 수가 없다. 결국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 방안을 의료기관 종별 대립구도로 몰아가서는 안 되며, 건강보험의 큰 틀에서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입원의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차후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실제 의원의 입원 구성비 증가는 경증입원환자의 증가 및 병원급 입원실 부족 등의 사유도 한 몫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급 의료기관 또한 부족한 입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실 회전을 시키고 있는 상황임을 간과하지 않기 바란다.
병협은 진료의뢰 및 회송체계와 본인부담율을 연계하는 것이 최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어느 정도 진료를 받은 후 안정기에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환자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을 의사가 설명하고 일차의료기관 이용을 권하자는 것. 이후 회송센터를 통해 일차의료기관으로 회송되면 환자의 본인부담율을 낮추고 상급종합병원 계속 이용을 환면 본인부담율을 높이자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차의료기관에서 적정 시기에 진료를 의뢰하지 않는 경우 정부 조사로 압박하고 회송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최상의 대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병협의 주장이 결코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항상 고려해야 할 명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라는 용어가 회자된 지난 30여년의 기간동안 정부는 줄곧 본인부담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시키고자 노력하여 왔다. 그 결과가 현재 의료계가 처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현상이며, 의원과 병원간의 경쟁 심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심화였다. 병협이 과연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 협의회는 과연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반문하고 싶다. 작금의 문제가 일차 의료기관에서 적정시기에 진료를 의뢰하지 않아서 발생하였던 문제였던가? 적정시기에 진료 의뢰하지 않았음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압박해야 하는 것인가?
이와 같이 금번 약제비 본인부담률 종별 차등 적용(안)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강하다. 더불어 최종적으로 확정된 정책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병협이 이 문제를 의료기관 종별 대립구도로 몰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한 논의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야만 의료계, 환자, 그리고 우리나라가 공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아무쪼록 대형병원의 외래 환자 쏠림현상이 이번 기회에 개선되어 왜곡된 자원낭비가 최소화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2011. 1. 21
대 한 개 원 의 협 의 회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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