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안과’ 복지부상대 소송, ‘병리과’ 파업도 예고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수가인하에 대해 안과와 병리과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안과는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며, 병리과는 파업도 불사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리학회(회장 서재홍 조선의대 교수, 이사장 서정욱 서울의대 교수)는 건강보험수가 상대가치점수 재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파업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정욱 이사장은 “지난 2008년 10월 병리검사 수가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행위수가를 재분류하면서 상향조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수가를 일부 보존한 것에 불구하다”며 “이를 원래대로 다시 낮춘다는 것은 병리과를 죽이려는 것이고, 사전에 정확한 고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병리과 의사들의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지는 것은 물론 검사 수가 인하로 인해 현미경판독이 부실해질 수 밖에 없어 오진 위험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내시경 조직검사, 자궁경부 등 작은 조직의 병리검사 수가가 인하돼 조기암 진단 실패가 우려된다. 이는 낮은 병리검사 수가로 인해 병원에서 병리과 의사를 채용하지 않으려는 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종합병원급 이상 요양기관 286개 중 병리과 전문의를 채용하고 있는 곳은 16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병원에서는 병리검사 검체를 수탁검사기관으로 위탁하고 있다. 문제는 수탁검사기관의 전문의는 임상 의사와의 협진이 차단된 환경과 업무량 과다로 심각한 오진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서재홍 회장은 “이번 수가 조정으로 수탁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병리검사 기관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 병리과 전문의 수급 부족 및 업무량 과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수가를 대폭 인하하는 것은 국민을 오진 위험으로 모는 것과 같다. 병리진단이 국민 건강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올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 이사장도 “전공의 수급 부족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는 임상 진료과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면서 병리과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가를 인하하는 정부당국과 의료계에 실망이 크다. 이번 조치로 병리 전문의 수급 부족으로 인한 전문의 업무량 과중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며 “병리과 전문의 수급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병리과 의사들은 돈도 없기 때문에 법률적인 대응을 할 수도 없지만 회원들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이로 인한 파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한안과의사회(회장 이성기)도 지난 1일 긴급 백내장 수가 인하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천주) 회의를 통해 사전 논의 및 공식적인 절차도 없이 수가인하를 단행한 점과 전체적인 건강보험재정의 규모를 늘리는 대신 의료계 내부에서 수가를 조정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법률적인 대응방침을 확정했다.

즉 백내장 수가인하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물론 소송 대리인은 이번 주 내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의료전문변호사 2명을 선임해 적극적인 소송에 대비중이다. 더불어 안과의사회 자체적으로 DRG 상대가치 점수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소송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안과의사회 이천주 백내장수가인하대책위원장은 “건정심이 백내장 수술 수가 인하 근거로 제시한 ‘점탄물질’ 가격 인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점탄물질’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씨알유로네이트(성분명)는 최근 인하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선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하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고시 개정안 시작과 함께 행정소송을 할 계획이다”며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참아왔고, 정부시책에 반발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번 수가인하에 대한 내용을 학회 담당자들에게 고지했다”며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관계자들과 토론회 등도 열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고시 개정안을 통해 7월 진료분부터 백내장 수술 수가를 3.06% 인하하기로 했다. 건정심은 인하이유로 ▲점탄물질 가격 인하 ▲백내장 수술 입원일수가 1.5일서 1.2일로 단축된 점 등을 제시했다.

또 병리검사 상대가치점수를 약 2만7,000점으로 인하키로 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억원 이상의 규모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수가가 늘어남에 따라 상대가치점수의 재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