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가 처방전에 특정약품을 지정하는 종전방식 대신 성분만 기재하는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오는 9월부터 국립의료원에서 실시됨에 따라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4일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에 한정해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립의료원 측은 우선 사용빈도가 높으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단일 제제 의약품 20개 성분, 34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성분명 처방을 할 계획이다.
이는 국립의료원이 처방하고 있는 1596개 약품 중 2.1%에 해당한다.
정부가 성분명 처방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대부분 오리지널 약품을 지정해왔지만 성분명 처방을 하게 되면 약사와 환자는 가격이 오리지널 약품보다 1.5~2배 저렴한 제네릭의약품(오리지널 약품과 약효가 비슷한 복제약)을 선택할 수 있다.
복지부 의약품정책팀 오창현 사무관은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실험을 거쳐 확실한 약품만 사용하기 때문에 약효 차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보험재정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김성덕 회장직무대행이 국립의료원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제네릭의약품은 생동성 실험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한약사회 박인춘 홍보이사는 “성분명 처방으로 약제비 절감효과가 클 것”이라며 “복제약이라 해도 정부에서 허가를 내줄 때 약효에 대한 검증은 끝난 것”이라고 환영했다.
변재진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적용범위와 추진방향을 결정하겠다”고 강행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철수)는 15일 주요 병원장과 학회 관계자들과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실시계획과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성분명 처방 추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뒤 의협, 의학회 등과 공조를 이뤄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병협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성분명처방에 맞서 병원 내 약국을 설치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병협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독일 등 극히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성분명처방을 시행한 영국의 경우 부작용이 많아 정책 자체를 접고 극히 제한된 품목만을 대상으로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협은 이에 따라 성분명처방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 등이 정책을 후퇴하게된 배경 등을 파악, 정부에 성분명 처방에 대한 반대논거로 제시할 계획이다.
성분명처방은 참여정부가 내세운 공약중 하나란 명분을 갖고 추진되고 있으나 의료계 반대와 부작용 가능성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커 현재로선 시범사업 자체로 그칠 공산이 크다.
병협은 병원내 약국 설치의 경우 의사의 조제권 회복을 위한 전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의협, 의학회 등과 함께 협의를 거쳐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명분으로 ‘약제비 증가억제'를 내세우고 있으나 병협은 의약품실거래가상환제가 약제비 상승으로 주범으로 보고 고시가제도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약의 구체적인 성분을 처방하고, 약사가 이 성분이 든 제품을 골라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진 의사가 구체적인 약품을 지정해 처방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환자와 약사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1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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