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꿈으로만 생각했던 바이오 인공피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전욱 교수팀은 2년 동안의 연구 끝에 바이오인공피부를 위한 3차원 세포생착용 지지체를 개발하고, 유전변형을 통해 균저항성을 가지고 성장인자까지 분비할 수 있는 배양상피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현재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전욱 교수팀은 올 초 이미 화상환자의 피부재건에 사용되는 신개념 진피대체물인 동결보존동종진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업화했으며, 화상환자에게 사용해 좋은 치료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욱 교수는 공동연구자인 조선대학교 기계공학과 김근형 교수, 한림대학교 미생물학과 박만성 교수와 함께 오는 4일 코엑스(COEX)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되는 제3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중증화상 치료의 현재 및 한림대의료원 바이오인공피부 개발 과정’라는 제목으로 연구 성과에 대한 중간 점검 발표를 할 예정이다.
◆ 세계 최초 진피-표피 갖춘 바이오인공피부 완성
사람의 피부는 표피와 진피로 구성돼 있으며, 두개의 층이 제대로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체액 보존 및 감염 방지, 체온유지 등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선진국의 많은 연구자들은 표피와 진피를 갖춘 완벽한 인공피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며, 아직 상용화된 인공피부는 없다. 현재 임상에서 인공피부라고 불리는 것은 엄밀히 말해 인공진피 혹은 진피대체물이다. 인공진피를 화상으로 인한 피부결손부위에 이식하고 3주 정도 기다린 다음, 다시 그 위에 부분층 피부이식술을 해야 한다.
즉 인공진피는 진피의 기능만 하므로 표피를 다시 그 위에 이식해줘야만 한다. 이런 인공진피는 감염에 몹시 취약해 광범위화상환자에서는 이식성공률이 60~70% 이내다.
이처럼 기존의 인공피부가 진피 따로, 표피 따로의 반쪽짜리였다면 이번에 개발되는 인공피부는 표피와 진피가 신생혈관을 따라 함께 성장하고 자연스럽게 분화돼 환자의 상처부위에 거부반응없이 안착이 가능하다. 표피와 진피 전층 이식이 가능한 인공피부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3차원 세포생착용 지지체 개발
인공피부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매트릭스 역할을 하는 콜라젠 지지체가 필요하다. 이 지지체에 섬유아세포와 상피세포를 배양한 후 상처부위에 이식하면 세포가 성장하면서 돋아난 새살이 지지체 상층부로 점점 올라가게 된다.
상피세포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는 하층부에서 상층부로 일정한 굵기의 공간, 즉 공극(pore)이 연결돼야 한다. 이때 상피세포는 서로 군집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공극은 상피세포 덩어리가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만한 크기여야 한다.
또 상피세포와 함께 신생혈관도 자라나서, 세포들이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인공피부가 환부에 생착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영양과 수분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이식한 인공피부가 괴사돼 수술은 실패하고 만다.
따라서 연구팀은 첨단 기계공학의 도움을 받아 파이프 형태의 공극이 격자로 쌓여있는 모양의 3차원 세포생착용 지지체를 개발해냈다. 이 지지체를 타고 상피세포가 위쪽으로 이동해서 자연스럽게 표피와 진피가 분화되고, 혈관들이 충분히 자라 올라가면서 세포에 영양분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면 자연히 감염에도 강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이 지지체에 항생제나 영양공급을 하기 위한 약물전달시스템도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균저항성 높인 배양상피 치료제 개발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진피 대체물이나 배양상피치료제는 세균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화상환자들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서 사소한 세균감염에도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데, 중증화상환자의 화상부위에서 녹농균, 에시네도박터(acinetobacter), MRSA와 같은 치명적인 균들이 항상 검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구팀은 세균감염에 강한 3차원 세포생착용 지지체를 개발함과 동시에 균저항성을 높인 배양상피 치료제도 함께 연구 중에 있다. 우선 상피세포의 유전변형을 통해 균 저항성을 가진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더 나아가 여러 가지 성장인자까지도 분비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예를 들면 섬유아세포와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을 돕는 섬유아세포증식인자(FGF),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백혈구증식유전자(GM-CSF) 등으로 이런 유전변형은 앞으로 보다 수준 높은 인공피부 개발에 큰 도움을 주리라 예상된다.
◆3년 이내 임상서 실용화 기대
새로운 바이오인공피부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임상에서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용화 되면 현재 치료가 불가능한 화상환자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당뇨성 궤양이나 욕창 환자 등 바이오 인공피부의 수요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욱 교수는 “이는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명실상부한 국내 화상치료의 메카로서 매년 1,200명이 넘는 화상환자를 치료해온 풍부한 임상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미생물학을 비롯해 유전공학, 바이오공학, 세포 배양, 조직 가공, 기계공학까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가 이룩해낸 쾌거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강성심병원이 보건산업진흥원의 병원특성화센터 과제로 선정돼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 하나이다.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는 이번 바이오 인공피부 외에도 중화상환자의 각종 내과적 합병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예방 및 치료, 흉터치료, 창상피복제 개발, 기본적 병태생리 분야까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인공피부는 외상이나 화상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오랜 꿈이었다. 손상된 피부를 재건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의 발이나 엉덩이, 허벅지 등에서 정상적인 피부를 떼어내 이식수술을 한다. 이 경우 환자에게 추가적 고통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 결손부위가 커서 떼어낼 피부가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사체피부를 이용하면 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적용 가능한 예가 한정돼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5: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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