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외음부-자궁경부-자궁내막癌 병기개정

외음부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의 병기가 개정됐다. FIGO(International Federation of Obsterics and Gynecology)는 지난해 5월 2009년 1월부터 병기개정을 소급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1994년 자궁경부암 병기 개정 후 15년, 1988년 외음부암과 자궁내막암 병기 개정 후 21년 만이다.

인제대학교의과대학 이철민 교수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대한부인종양연구회 심포지엄 및 워크숍에서 ‘Revised FIGO Staging for Gynecologic Cancers'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번 개정에 대해 설명했다.

암의 병기를 설정하는 목적은 개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기관간의 치료성적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며,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철민 교수는 “최근 20년간 부인종양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과거 중요하게 여겨지던 인자의 중요성이 감소하거나 없어지고,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새로이 인식되기도 해 병기개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었다”며 “FIGO를 비롯한 부인종양학 관련 국제단체들에서는 최근 3년간 병기개정에 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개정에는 난소암 병기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약 3년 후 개정을 목표로 난소암 병기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정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궁경부암 - 마취하 진찰, cystoscopy, sigmoidoscopy 및 IVP 선택적 시행
이번 병기 개정은 임상적 병기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개정에 대해 영상의학의 발전을 통해 종양크기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고 있어 임상적 병기가 수술적 병기에 비해 정확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번 병기 개정이 여전히 임상적 병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은 자궁경부암이 국소적 질환인 경우가 많고, 열악한 의료환경에 있는 저개발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며 “실제 같은 환자에서 수술적 병기는 임상적 병기에 비해 다소 높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GOG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제IB2기와 제II의 경우 임상적 병기와 수술적 병기가 잘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종양의 크기가 크고 수술적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임상적 병기는 유일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며 “FIGO에서는 자궁경부암의 병기를 여전히 임상적으로 설정하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제IA기의 내용은 이전과 다름없이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IA1기는 약 80%가 CIN III와 예후가 비슷한 최소침습병변을 포함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바 있지만 일관된 병리학적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제 0기는 전암병변으로 이번 개정을 통해 모든 FIGO 병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제IIA기는 IB기와 같이 종양의 크기에 따라 예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알려졌으므로 종양의 직경 4cm를 기준으로 IIA1과 IIA2로 세분하기로 했다.제IIB와 IIIB기에서 자궁의 양측성 여부에 따른 세분은 치료방법에 차이가 없으므로 병기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림프혈관침윤(LVSI)은 중요한 예후인자라는 점이 여러차례 보고된 바 있으며, 주관적 측면이 강한 소견이라는 점에서 이번 병기개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CT, MRI, PET 등의 영상학적 진단법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자궁경부암의 평가에 적극 권장되며, 초기 자궁경부암에서와 같이 림프절 침범범위가 예후에 영향을 주는 경우 더 유용하다.

그러나 영상학적 진단에 의한 림프절 평가가 실제 림프절 침범범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병기에 포함되기는 적절치않다. 자궁경부암이 완치된 경우 치료 후 5년 이내에 발생한 질암은 원발암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에서 특징적인 것은 마취하 진찰, cystoscopy, sigmoidoscopy 및 IVP는 이제 더 이상 병기설정을 위한 필수검사가 아니며,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자궁내막암- IA기+IB기, 종양자궁내막 1/2이하 국한된 경우 모두 IA기 설정
초기 자궁내막암은 예후가 매우 좋다. 약 4만 2,000명 이상의 자궁내막암 환자를 분석한 FIGO 연례보고서 제26권에 따르면 제IA G1, IB G1, IA G2, IB G2의 5년 생존율은 각각 93.4%, 91.6%, 91.3%, 93.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자궁내막에 국한된 병변과 자궁내막의 1/2이하 침윤암의 예후가 비슷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개정에는 이전의 IA기와 IB기를 합해 종양이 자궁내막의 1/2이하에 국한된 경우 모두를 IA기로 설정하기로 했다. 또 endocervical gland만을 침범한 경우 제1기에 포함하기로 했다.

제IIIC기의 경우 다양한 예후를 가진 환자군이 포함돼 있다. 1991년 GOG연구보고에 따르면 골반림프절 전이나 부속기 전이가 있는 경우 5년 무병생존율이 57.8%였지만 부대동맥 림프절전이가 있는 경우는 41.2%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번 병기개정에서는 부대동맥 림프절 전이를 독립적 예후인자로 보아 그 여부에 따라 제IIIC기를 IIIC1기와 IIIC2기로 세분했다.

또 최근의 전향적 연구에서는 병기 설정술이 적절히 시행된 경우 골반림프절전이가 있는 환자의 대부분에서 부대동맥 림프절전이가 동반된다고 보고되는 등 병기설정을 위한 철저한 수술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Peritoneal cytology는 다른 예후인자에 의한 위험도에 영향을 주지만 독립적 예후인자는 아니라고 보고되면서 병기설정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FIGO가 1998년에 자궁내막암 병기를 기술할 당시 골반 및 부대동맥 림프절에 대한 평가를 포함시켰지만 그 해부학적범위와 적정림프절 개수가 명확하게 지정되지 않아 논란이 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술자에 따라 ▲완전한 림프절 제거술을 시행한 경우 ▲림프절 샘플링만 시행한 경우 ▲온전히 방사선치료에만 의존한 경우 등이 혼재돼 왔다.

Mariani 등(2008)은 422명의 자궁내막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서 골반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부대동맥전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inferior mesnteric artery 아래의 하대동맥 주변 림프절전이 없이 상대동맥주변림프절전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 자궁내막암에서 림프절 전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systemic lymphadenectomy가 자궁내막암 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므로 이번 병기개정에도 lymphadenectomy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았다.

최근 수술전 자궁내막암이 진단된 1,408명에게 systemic lymphadenectomy를 무작위 배정하고 37개월 추적한 대규모 무작위연구(ASTEC trial)에서도 림프절절제술은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됐다.

◆외음부암-제I기+제II기, 침범된 림프절 수와 형태 고려, 양측성침범은 병기설정서 제외
외음부암은 림프절침범 범위에 따라 예후에 큰 차이를 보인다. 임상적 평가는 수술에 비하여 림프절 침범범위의 정확도가 낮으므로 FIGO는 1998년에 외음부암에 수술적 병기를 적용하기로 했다.

1991년 GOG는 588명의 외음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1998 FIGO병기에 따른 5년 생존율을 보고했는데 제1-IV기에서 각각 98%, 85%, 74%, 31%로 병기에 따라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주변림프절침범이 없어도 원발암의 크기가 8cm이상인 경우 5년 생존율이 88%에 불과했다. 최근 Hacker 등(2009)은 121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연구에서 제I기와 제II기간에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1988년 외음부암 병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제III기가 매우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GOG연구에 따르면 원발암이 2cm이하이고, 림프절 침범이 없는 경우 제III기라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100%, 원발암이 2cm이하이고, 림프절이 1개 침범된 경우 95%다. 하지만 원발암이 8cm이상이고 2개 이상의 림프절이 침범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34%에 불과했다.

제III기에 이처럼 다양한 예후를 가진 환자들이 포함된 것은 단순히 림프절 침법의 범위로만 병기를 설정했기 때문으로 침범된 림프절의 수와 capsule invasion여부가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Hacker 등(1983)은 UCLA자료를 분석해 림프절 침범이 없거나 1개만 침범한 경우 생존율이 94%, 2개 침범한 경우 80%였지만 3개 이상이면 생존율이 12%에 불과했다고 보고한바 있다.

또 림프절의 크기 및 피막침범여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데 침범된 림프절의 크기가 5mm이하, 5~15mm 이하, 15mm이상인 경우 생존율은 각각 90%, 41%, 20% 정도로 보고됐으며, 피막을 침범한 경우 크기에 관계없이 생존율은 25%에 불과하다.

림프절 침범의 양측성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에서 독립적 예후인자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상반된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Fons 등(2009)은 제III/IV기 외음부암 134명을 후향적으로 다변량 분석해 림프절 침범의 양측성이 예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피막침범은 예후를 5배 악화시킨다고 보고했다.

이에 FIGO는 외음부암에 관한 병기를 큰 폭으로 개정했다. 즉 제I기와 제II기는 통합됐으며 침범된 림프절의 수와 형태가 고려됐고, 양측성침범은 병기설정에서 제외됐다.

이철민 교수는 이번 개정과 관련해 “모든 병기에서 제 0기가 삭제됐고, 새로운 병기는 2009년 1월부터 소급 적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