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인지도가 1%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COPD연구회(회장 김원동)가 한국갤럽과 함께 지난 2009년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COPD 위험군인 10년 이상 흡연경력이 있고, 현재도 하루에 1갑 이상 흡연하는 45세 이상 중 전화설문 502명, 금연클리닉 방문자 직접설문 289명 등 총 7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3.3%가 COPD 증상 중 한가지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느끼는 증상으로는 감기와 상관없는 가래와 기침이 가장 많았고, 숨이 찬 증상, 평상시 호흡 곤란도 주요 증상으로 꼽혔다.
COPD의 증상이 감기나 다른 호흡기 질환과 흡사해 환자들은 심각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있으며, COPD 증상을 경험한 501명 중 증상을 알고도 방치한다는 의견이 46.9%였다.
제대로 증상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이 높았지만 전체 응답자의 54.3%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보통이거나 좋다고 답했다. 특히 COPD 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COPD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비율은 낮게 나타났다.
COPD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까닭은 질환에 인지도가 낮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791명의 응답자 중 폐 질환 중 COPD를 최초로 떠올린 비율이 3명 미만인 0.4%, 폐질환 중 COPD를 떠올린 비율도 5명 미만인 0.6%에 불과했다.
심지어 금연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연 클리닉 방문자들도 폐 질환 중 최초로 CODP를 떠올린 비율은 0.3%였으며, 1%만이 폐질환 중 COPD를 떠올릴 정도였다.
질환명을 직접 제시해도 25%만이 COPD를 들어봤다고 답해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 역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COPD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인지도와 마찬가지로 COPD 진단도 응답자의 1.6%(전화설문 1.2%, 금연클리닉2.4%)만이 진단을 받았다고 답해 위험군에 있는 흡연자들이 위험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OPD는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향후 의료진들의 COPD에 대한 인식도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제기됐다.
반면 COPD를 진단받은 환자 수는 적었지만 진단 후에는 적극적 치료 양상을 보였다. 진단 환자 중 92.3%가 병원 치료 중이었고, 치료 환자 100%가 전문의 처방에 따라 치료 중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1.3%가 흡연이 COPD 발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답했지만 흡연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꼴로 나타나 COPD 위험군이라도 금연의지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COPD 인식조사 결과 높은 사망률과 지속적인 발병 증가세에도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치료율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향후 COPD에 대한 대 국민인식개선은 물론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한 COPD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보이사이자 COPD 연구회 소속 정기석 교수(한림의대 호흡기내과)는 “한 번 망가진 폐 기능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금연은 필수사항이며,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학회와 연구회가 공동으로 COPD 질환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질환의 심각성을 강조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담뱃갑 경고 그림 삽입에 COPD가 포함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질환명과 질환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가두 캠페인 등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련 단체와의 협력 활동을 토대로 위험군이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GSK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 연구회는 COPD 인식 제고 선포문을 발표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COPD는 흡연자에서 흔히 발병할 수 있는 질환으로 세계 4위의 사망 원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사망 원인 7위로 꼽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COPD에 대한 인식은 어떠합니까?
10초에 1명꼴로 사망하는 질환임에도 최고의 위험군인 흡연자들조차 병명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진단을 받거나 예방하려는 노력도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COPD의 위험성을 깨닫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으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COPD 사망률은 지난 10여 년간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환자가 병명도 모른 채 호흡이 어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사소한 감기에도 응급실을 오가는 어려움을 겪다 결국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더는 COPD 예방을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습니다. ‘금연’은 COPD 치료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의 성공과 유지가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비흡연자 등을 고려할 때도 질환 치료를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기 어렵습니다. 이에 COPD를 연구하고,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할 저희 학회에서도 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저희 COPD 연구회는 COPD의 위험성과 공중들의 무관심을 환기하고자, 2010년 한 해 다음과 같은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첫째, 담뱃갑에 COPD 그림을 삽입을 촉구하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흡연 경고 그림은 금연과 흡연 예방 효과가 60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있고, 청소년에게 효과가 높다는 연구가 있는 만큼, 담뱃갑 경고 그림 부착에 주요 폐질환인 COPD가 포함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둘째, COPD 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할 것입니다. 질환 이름 조차 생소한 COPD를 알리고, 위험성까지 알릴 수 있는 가두 행사 등을 지속 전개할 예정입니다.
셋째, COPD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관계 기관과의 협력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환자들이 좀 더 쉽게 진단 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COPD 연구회를 비롯한 전문의들 역시 노력할 것입니다.
COPD는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 아닙니다. 질환을 알고, 진단받으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COPD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의료 재정 부담까지 줄이는 길은 질환의 인지도를 올려 위험군의 진단과 치료를 촉진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 입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9: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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