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서부지법(법원장 柳元奎)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5.여)씨의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김씨의 치료중단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고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상태 회복과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치료 중단 의사는 원칙적으로 질병과 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을 전제로 명시해야 유효하지만 질병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환자가 현재 자신의 상태 와 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사를 표시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이 판결은 적극적 안락사와 모든 유형의 치료중단을 다룬 것이 아니고 환자의 회복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아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데다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면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맞게 인공호흡기 제거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 자녀들의 독자적 치료중단 청구는 기각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지난 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출혈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존엄사 국내 첫 허용 의미와 파장
이번에 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안락사 문제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커다란 화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을 이끈 서울서부지법 민사 12부(재판장 김천수 부장판사, 우배석 홍예연 판사, 좌배석 최윤정 판사)는 그간 생명존속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안락사에 보수적인 입장을 바꾼 이례적인 재판부로 남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에 앞서 지난 9월 배석 판사들을 대동하고 환자 김씨가 누워 있는 병원을 직접 찾아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가하면 전문의 소견을 청취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식물인간 김모씨(75·여)의 '죽을 권리'는 인정했지만 김씨 자녀들의 제기한 치료중단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포괄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전달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고통을 받아들여 자기결정권에 따른 '존엄사'(또는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은 판결 후 "안락사의 모든 유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환자가)무의미한 생명연장 장치 제거만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안락사 반대입장에 서 온 기독교계는 이번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기독교교단협의회 생명윤리위원장 박용웅 목사는 "김씨는 자신의 죽음에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식물인간"이라며 " 재판부가 환자의 평소 행적을 꺼내 '죽을 권리'를 부각시킨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사협회나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손명세 교수(연세대 의대)는 "윤리역사상 기념비적인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손 교수는 "이번재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를 존중한 것"이라며 "존엄사가 이런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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