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김 모 할아버지(68세)는 회복 이후 별다른 치료 없이 지내다 지난달 갑자기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단결과 병명은 재발성 뇌졸중을 밝혀졌다.
환자와 가족은 완치됐을 것으로 여겼던 뇌졸중이 재발한 것이다.
퇴원 후 뇌졸중에 대한 재발 예방관리를 하지 않은 게 화근됐다.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신경학적 증상 및 징후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에 갑자기 부분적인 고장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장애가 생기게 된다. 즉 갑자기 잘 보지 못하거나 물체가 두개로 보인 다든지,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을 때, 의식을 잃었을 때, 자꾸 가라앉고 자려고 할 때, 말이 어눌해지고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한쪽 팔다리가 둔해지고 마비가 올 때, 안면 마비로 입이 돌아가는 경우, 비틀거리며 잘 못 걷고 넘어지는 경우,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구토 증세를 보이는 경우 등이다.
◆뇌졸중 의심되면 즉시 병원으로
일단 이런 증상이 나타나 뇌졸중이 의심되면 병원에 즉시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전용해제가 급성 뇌졸중의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일부이지만 완치의 길도 열렸다. 이 치료법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상이 발생한 후 4시간 30분 이내에 투여해야만 효과가 있으므로 이 치료법도 환자가 빨리 병원에 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비상 구급약 등을 먹이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구급약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게 돼 흡인성 폐렴이나 질식의 원인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환자를 편하게 눕히고 혁대나 넥타이 등을 풀어 몸을 편하게 해주고 구토를 할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면서 되도록 빨리 병원으로 옮겨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급성기에는 뇌졸중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며 가능한 빨리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뇌졸중 경험 환자, 재발 가능성 높아
급성기가 지나 회복기에 들어서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나 가족들은 치료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퇴원하는 순간 병원과는 다시 담을 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처럼 회복됐다 할지라도 김 모 할아버지처럼 뇌졸중이 재발하는 경우, 과거에 회복된 것까지 모두 나타나 더욱 심각한 상태로 악화된다. 이를 흔히 뇌졸중의 상승효과라고 부르는데 이런 것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혈관성 치매가 오게 된다.
문제는 뇌졸중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환자에서 뇌졸중이 재발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이다. 특히 치료를 한다고 할지라도 처음 발병했던 당시보다 치료나 회복속도가 훨씬 떨어져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발성 뇌졸중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일단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은 뇌졸중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예방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며, 예방약을 투여하는 것 외에도 담배를 끊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며 알맞은 운동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등에 대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뇌졸중 재활치료 급성기때부터 시작해야
뇌졸중 치료에 있어 재활치료는 급성기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 시기부터 환자는 적절한 자세를 유지하여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흡인성 폐렴 및 욕창, 관절 구축, 통증 등을 예방해야 한다. 실제로 재활의학이 발달된 외국의 경우 환자의 내과적, 신경학적 증상이 안정된 후 환자는 포괄적인 재활치료를 위해 평가를 받고 재활치료를 시작한다.
뇌졸중 후에 나타나는 증상은 뇌혈관이 어느 부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다르다. 많은 환자에서 상하지의 근력약화, 감각저하, 경직(근육이 뻣뻣한 증세)등의 증상이 발생해 일상생활이나 보행에 큰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뇌의 좌측 편에 문제가 생기면 이 부위에 언어중추가 있기 때문에 말을 하거나 이해하는데 지장이 생기며 그 외 부위가 손상되더라도 혀와 입 주변의 근육이 마비돼 발음이나 삼키는 동작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반대로 뇌의 우측 편이 손상되면 많은 경우에서 공간인식과 지각에 지장이 생겨 왼쪽 시야를 무시하거나 환자자신이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 외 뇌 손상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의욕이 떨어져 감정의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중 마비로 인한 운동장애 환자의 경우 물리치료와 작업치료에서 근력강화와 운동 및 조절능력향상을 위한 치료를 하며 기능적 전기자극을 이용하여 신경근육을 훈련한다. 최근에는 뇌가소성의 기전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접근하는 재활치료법이 활발하다.
사지가 뻣뻣해져 운동이 어려워지는 경직에 대해서는 신경이나 근육의 활동을 차단하는 주사치료나 약을 처방하고 저하된 운동 조절능력을 보안해 주는 보조기를 처방하여 보행이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준다.
언어장애가 있는 환자에서는 의사소통을 증대시키기 위한 언어치료가 시행된다. 마비로 인해 삼키는 장애가 발생한 환자에서는 폐렴과 같은 이차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뇌 손상으로 인한 심리․인지기능의 저하와 행동 변화에 대해서는 약물, 인지능력향상 훈련, 지각훈련, 행동치료, 상담 등을 시행한다. 뇌졸중후 이차적으로 치매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주기적 진찰을 통해 필요시 약물을 투여하고 환자의 기능을 유지 또는 증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위험 인자 알면 뇌졸중 예방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위험인자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뇌졸중의 근본 원인이 되는 뇌혈관의 동맥 경화는 특별한 증세 없이 수년간 서서히 진행되다 어느 순간 갑자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게 되는데 이러한 뇌혈관의 이상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을 뇌졸중의 위험 인자라고 한다. 이러한 뇌졸중의 위험인자들은 크게 교정이 불가능한 인자와 교정이 가능한 인자들로 나눌 수 있다.
교정이 불가능한 인자들로는 나이, 성별, 유전적 요인(뇌졸중의 가족력) 등을 들 수 있다. 고령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로, 나이가 듦에 따라 혈관도 늙어 동맥경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55세 이후에는 매 10년마다 뇌졸중의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며 특히 대부분의 뇌졸중은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성별에 따라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여자보다 남자가 뇌졸중의 위험이 30%가량 높으며 직계 가족(부모형제)들 중 뇌졸중 환자가 있을 경우 뇌졸중의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위험 인자들을 가지고 있을 경우, 비록 교정할 수는 없더라도 환자 자신이 뇌졸중의 발병 위험이 높음을 인식하고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들에 대해 신경을 기울여 적절한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들로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을 들 수 있다. 고혈압은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위험인자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도가 평균 3～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혈압의 정도가 심할수록 뇌졸중의 위험도 비례해 증가하며, 반대로 혈압을 잘 조절할 경우 뇌졸중의 위험은 감소하게 된다.
뇌졸중은 심장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 질환이 있으면 심장에 혈전이 생기기 쉬우며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흐르다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키게 된다. 흡연의 경우 ‘백해무익(百害無益)’이란 단어가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이나 심근 경색증의 주요 원인일 뿐 아니라 뇌졸중 발병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흡연자는 평균적으로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흡연량이 많을수록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금연 후 5년 이상 경과하면 흡연에 의한 뇌졸중의 위험은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도 있다.
흡연과는 달리 음주가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복잡하다. 현재 명확히 알려진 사실은 과다한 음주, 즉 많은 양의 술을 계속 마시거나, 한꺼번에 폭음하는 경우로서 뇌졸중의 위험이 2~3배가량 증가하며 특히 뇌출혈의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나 소량의 음주(하루 평균 소주 1~2잔 이내)가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를 고려할 때 아예 술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위험인자들이 여러 개가 있으면 한 가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위험해 진다. 따라서 2가지 이상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생활 식습관이 뇌졸중 좌우
생활 습관도 뇌졸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활발한 신체 활동은 비만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을 뿐 아니라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운동량이 하루에 30분~1시간가량, 1주일에 3~4일 이상 규칙적으로 적절한 운동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1/4~1/3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뇌졸중의 위험 또한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체형도 중요해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이 뇌졸중에 더 잘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스트레스나 과로 또한 뇌졸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표) 뇌졸중 주요 위험인자들의 종류).
일반적으로 짠 음식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혈압을 높이고 고지혈증이나 비만을 유발시키며 당뇨 환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뇌졸중에 걸리지 않으려면 고기류 특히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그동안 알려진 연구 결과들을 보더라도 동물성 단백질 또는 지방질의 섭취가 부족하면 오히려 뇌졸중(특히 뇌출혈)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적당량의 육류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필란드의 한 연구팀에서 밝힌 결과에 따르면 튀기지 않은 생선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혈액공급 부족으로 뇌 속 미세한 세포가 죽게 되어 생기는 무증상 뇌경색 발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선에 들어있는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인 오메가-3가 혈전 형성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나 과일의 경우에도 여러 식물성 비타민이나, 카로틴, 비타민 C 등이 뇌졸중 예방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에는 혈액 속의 호모시스틴이란 아미노산이 높을수록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모시스틴은 특히 비타민 B6나 B12, 엽산 섭취가 부족할수록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에는 이러한 비타민제제의 복용이 뇌졸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편 하루 1잔 정도의 커피는 뇌졸중 발생과 관련이 없으므로 1~2잔 정도는 즐겨도 좋지만 과도한 커피는 혈압을 올릴 수 있고 심장병의 위험도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한다.
<도움말 : 을지병원 신경과 박종무, 재활의학과 김현정 교수>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11: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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