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독이 되는 벌 vs 약이 되는 벌

“벌에 쏘여 주민이 목숨을 잃은 천안의 한 마을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65살 이모씨가 집근처에서 말벌에 머리를 쏘인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습니다. 지난 6일에도 이웃마을에서 한 농민이 말벌에게 쏘여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마른장마와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요청도 소방서마다 빗발치고 있습니다. 천안소방서의 경우 재작년에 58건이던 벌집신고가 작년에 16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벌써 120여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북과 경북 지역 등에서도 벌떼 피해 신고가 두·세배나 늘었습니다.“

이런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벌에 주의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를 통해 독이 되는 벌과 약이 되는 벌은 물론 봉침치료 등에 대해 알아본다.

◆독이 되는 벌-벌침 제거 중요
가을이 되면 등산을 하거나 추석을 맞아 벌초작업을 하다 혹은 성묘객이 벌에 쏘여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자주 전해져 벌에 대한 공포감마저 심어준다.

벌에 쏘였을 때에는 우선 피부에 박힌 벌침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벌침을 뽑을 때에는 독이 체내로 들어가지 않도록 엄지와 검지의 손톱을 이용하여 가능한 피부에 가까이해서 뽑는다.

벌에 쏘이면 아프고 가렵고 붓는데 가렵다고 긁으면 감염의 위험이 있어 긁지 말아야 한다.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연고나 암모니아수를 바르는 것이 좋고, 얼음찜질을 하면 부종과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만약 벌에 쏘여 심한 알레르기나 호흡곤란, 쇼크 등의 경험이 있다면 즉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약이 되는 벌-질병치료는 물론 교훈도 줘
벌은 인간처럼 집단생활을 하면서 유무형의 많은 것을 인간에게 제공해 주는 양면성을 가진 곤충이다. 벌의 질서 정연한 집단생활과 부지런함은 교육적 철학적 교훈을 주고, 벌집구조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건축기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달콤한 꿀을 제공하며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되는 벌독은 질병치료를 위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니 참으로 벌은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유용한 존재다.

최근 봉독이 난치성 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보고 되면서 관절염으로부터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봉독을 이용한 치료법은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용돼 왔다. 봉독을 이용한 치료법이 한의학 서적에 처음 기록된 것은 BC168년경 한나라 무덤으로 추정되는 마왕퇴의서의 내용으로 여기에는 “벌집이 있는 나무에 닭고기나 개의 간을 메달아 벌이 쏘게 한 다음 벌독을 추출하여 건강을 회복하는데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그 옛날 인간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봉독요법은 이독(以毒) 치독(治毒)의 개념, 즉 독성을 지닌 약을 이용해 질병의 독을 치료하는 약물요법과 인체의 기혈 흐름 통로인 경락과 경혈을 자극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침구요법을 결합한 치료법으로 예로부터 민간에서 관절염, 신경통에 특효로 알려진 벌침을 과학화한 방법이다.

◆봉독의 효능-면역강화 작용, 호르몬 분비 촉진 등
봉독의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멜리틴과 아파민과 효소 성분인 포스포리파아제 등 40여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강력한 소염작용과 면역작용을 강화하는 효능 ▲대사력을 항진시켜 몸속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양봉업자가 다른 직업에 비해 전염병에 감염이나 암의 발병률이 낮다는 보고를 뒷받침해준다.

봉독요법은 광범위하게 다양한 질환에 활용할 수가 있는데 크게 전신작용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섬유근통, 만성통증이나 염증을 호소하는 면역계질환이나 국소적으로 퇴행성관절염, 목이나 허리디스크, 오십견, 산후관절통이나 만성 골반통 등에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항암 치료 후 손발 저림이나 암성통증, 다발성경화증, 발기부전 등에 대한 효과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질환이다.

봉독시술은 1주일에 2-3회 실시하며 치료기간은 질환에 다르지만 관절염의 경우는 15회를 기준으로 한다.

이재동 교수는 “시술은 반드시 전문 한의사에 의해 받는 것이 좋으며 봉침이 몸에 좋다고 해서 함부로 치료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 “봉독치료 후 환자에 따라서는 치료부위가 붓거나 가려운 증상을 보이는데 대부분 자연 소실이 되며 심한 경우에는 냉찜질이나 물파스 등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봉독치료의 금기증으로는 신장염으로 혈액투석을 하거나 협심증이나 심근경색환자, 결핵, 매독환자 등이다. 주의사항으로는 치료 전 후 음주는 금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혈중 알코올은 봉독의 확산과 피부 자극강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부작용 발생가능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