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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남자는 괴팍?’…“혈액형은 성격과 무관” 2012-01-25 09:18:49
bob 조회:10219     추천: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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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이 보는 혈액형별 성격 구분법의 오해와 진실

#미혼의 직장인 이선화(34)씨는 소개팅을 나갈 때마다 상대방의 혈액형 정보부터 파악한다. 남성이 B형이면 만남을 피하는 일이 많다. B형 남자는 성격이 괴팍하고 바람둥이 스타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씨는 혈액형 궁합이 맞지 않으면 결국 헤어진다는 운명론을 믿는 편이다.

#영업직 윤성철(38)씨는 평소 대인관계와 사람의 성격에 관심이 많았다. 윤 씨는 대인관계에 대처하는 처세술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은 뒤부터 사람을 만나면 혈액형부터 묻곤 한다. 혈액형 정보를 알고 있으면 인간관계가 깊지 않아도 상대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ABO혈액형(A, B, O, AB)별 성격구별법’을 과학적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는 자리는 물론이고 이력서에도 혈액형과 성격이 감초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다면 혈액형과 성격 둘 사이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 정도로만 봐야 할 것 같다.

정신과전문의들은 “ABO혈액형은 수혈 가능여부를 판별할 목적으로 탄생했고, 예나 지금이나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며 “둘 사이의 관계를 맹신하다가는 인간관계의 왜곡은 물론 혈액형과 운세를 연관 짓는 운명론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왜 혈액형별 성격 담론이 끊임없이 유행할까=누구에게나 다 들어맞는 일반적 특성을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버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부른다. 마치 무속인과 대화에서 일반적인 얘기가 모두 내 얘기처럼 들리는 것과 같은 효과다. 혈액형별 성격 담론도 마찬가지다.

고대 안암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는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며 자아를 찾기보다는 ‘당신은 O형이니 밝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다’ 등의 말로 규정해 준다면 그것만큼 받아들이기 쉽고 매력적인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혈액형 신드롬의 불을 붙인 건 뿌리 깊은 혈통중심주의도 한 몫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혈액형은 유전되므로 단순히 수혈에 필요한 정보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는 과대포장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과의사들이 보는 인간의 성격은 몇 가지나 될까 ? 정답은 인간의 성격은 특정해서 몇 가지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강은호 교수는 “정상인의 성격을 분류하는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라는 방식이 있고 탁월한 기질이나 성격을 검사하는 설문지, 장애를 분류하는 것까지 설문 종류만 열 가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물론 설문 목적이 다른 만큼 인간의 성격이 몇 가지인지 집계도 무의미하다.

인간의 성격은 혈액형과는 무관하게 탄생부터 틀이 완성된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다만 후천적인 환경이나 교육을 반복하면 바뀔 여지는 있지만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강은호 교수는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성격도 그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혈액형은 성격과 무관하게 수혈을 하려고 구분된 개념=그렇다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혈액형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의 적혈구에는 혈액형을 결정하는 다양한 단백질 군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ABO, Rh 등은 그 다양한 단백질 군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ABO 혈액형이 널리 알려진 이유는 수혈 과정의 중요성 때문이다.

만일 A형인 사람의 혈청 내에 존재하는 항체가 수혈된 B형 혈액의 항원을 인지하게 되면 남의 것으로 인식, 이를 공격하고 피가 뭉쳐 결국 사망한다. 19세기 말 유럽에는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수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오스트리아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는 서로 다른 사람의 피를 섞으면 응고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다는 경우에 착안해 현재의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다. 하지만 독일 나치시절 우생학적 혈통이념과 맞물리면서 한때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럽인은 인구 분포상 A형이, 아시아인은 B형이 많아 우등과 열등인종을 분류하는 기준이 됐다. 1930년대 일본 군사정부로 잠시 넘어갔던 혈액형과 성격 구별법은 1970년대 일본 작자 노미 마사히코의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이 인기를 얻으며 부활했다. 그리고 오늘날 한ㆍ일 양국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혈액형 신드롬이 끊이지 않는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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