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교수 "원인 미상 반복성 어지럼증 극복할 단초 제시"
이비인후과 질환 이외 '뇌기능 이상으로도' 발생
[보건타임즈]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무려 2위를 차지한다.[그림 머리를 좌우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의 특성을 분석했을 때 새 질환(RSV-HSN)에선 전정신경염(VN), 전정편두통(VM), 메니에르병(MD)에 비해 눈 떨림의 시간상수(Tc)가 2-3배 정도 길어(눈 떨림이 2-3배 정도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을 의미함) 이들 질환과 차별화되는 새 질환임을 보여준다]
이 증상은 전체 인구에서 2명 중 1명은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 만큼 흔하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피로감 때문으로 여겨 간과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하다간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선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협진을 통해 통합적으로 접근해 어지럼증을 진단과 치료를 전담하는 어지럼증센터가 도입될 만큼 증상의 심각성을 인정받고 있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이명,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청력소실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과, 편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전정편두통을 꼽을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등도 반복성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반복성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 중엔 여러 검사에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에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수 교수(사진) 연구팀이 반복적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을 발견, 국내외 학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도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어지럼증을 보였던 환자 338명의 데이터를 분석, 원인을 규명한 논문을 최근 미국신경과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일부 환자에서 소뇌와 뇌간의 전정기능이 불안정한데다 비정상적으로 항진돼 있는 등 기존 어지럼증 환자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발견됐다.
이들 환자에게서 보이는 눈 떨림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에서 나타나는 눈 떨림에 비해 2~3배 정도 길게 지속되며 때로는 어지럼증의 강도가 매우 높았으며 공통적으로 심한 멀미 증상을 나타냈다.
"이 새로운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적으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법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환자들의 뇌기능이 불안정한 것은 물론 예민해져 있더라도 평소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여서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으나, 신체 내의 변화 혹은 외부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이러한 적응 상태가 교란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 '바클로펜'을 투여할 경우, 어지럼증과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됐으며 안진(눈 떨림)도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수 교수는 "반복적 어지럼증 환자에서 발병기전을 규명, 기존의 검사 기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을 찾아낼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 연구가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이선욱 전임의(제1저자)와 센터장 김지수 교수(책임저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다.
논문은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2018년 6월호'에 편집자 코멘트와 함께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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