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내원 당시 증상과 연관이 없는 질환으로 숨졌다면 의사에게 의료과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장00 환자의 유족이 내과의원 유00 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유 원장은 2006년 9월 4일 자신이 운영하는 내과를 찾아온 장씨가 7일 전부터 설사, 변비, 상복부 불쾌감, 오한을 호소, 환자의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 후 복부를 촉진했지만 별다른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급성위염으로 진단, 약간의 탈수, 영양 부족 등을 의심해 영양제로 '에가푸신주'를 처방했다.
그러나 장 씨는 이틀 뒤 호흡곤란을 일으켜 다른 병원의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6일 후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에 장 씨 유족들은 유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로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이 무협의 처리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장 씨가 내원 당시 오한 증세가 있는데다 며느리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설명했지만 유 원장은 청진조차 하지 않은 채 단순 문진만으로 진찰을 마쳐 폐렴을 진단하지 못했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금기 약 에가푸신 주를 장 씨에게 주사해 폐렴 등을 악화시켜 호흡성, 대사성 산증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장 원장의 오진과 잘못된 처방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환자가 의원을 방문했을 당시 상복부 불쾌감, 설사 등 증상을 호소했을 뿐 호흡 곤란, 기침 등의 호흡기질환이나 폐렴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없었다"면서 유족이 문제를 삼는 청진, 흉부 엑스레이 등의 검사와 치료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볼 만한 의학적 근거가 없는데다 에가푸신 주가 금기의 약물이 아니며, 투약으로 증세가 악화시켰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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