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의 자살은 이미 심각한 사회 현상이자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된지 오래이다. 우울증 등의 정신과 질환, 마약, 가족력, 질병 등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최근 미국 유타대학교 뇌 연구소 렌쇼(Renshaw)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 역학 연구에서 ‘고도(高度)'가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김남국 교수팀은 미국의 지역별 자살률과 다양한 자살 원인들을 분석, 기존에 알려진 자살의 원인 이외에 ‘고도에 따른 가벼운 저산소증’이 뇌에 영향을 미쳐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지리정보시스템과 다양한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검증했다. 또 국가별, 인종별, 문화 등과는 상관없다는 연구의 객관성을 위해 한국의 자료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동일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는 美지구공간정보국, 美항공우주국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평균 고도와 미국 질병관리국의 20년간(1979~1998년)의 총 자살인구 59만 2,737명 데이터 및 한국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4년간(2005~2008년) 총 자살인구 4만 7,696명 데이터 등을 이용해 분석했다.
미국은 약 3,108개의 카운티 및 50개 주별로 분석했고, 각 주당 가장 높은 고도의 카운티뿐 아니라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 등도 주와 상관없이 고도와 자살률간의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233개의 시․군․구 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살의 위험도는 해발 고도 1,000미터를 기준으로 보게 되면 미국은 약 34.2%, 한국은 약 6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경우 평균 고도가 1,000m 이상인 시․군․구는 없지만, 통계학적으로는 한국의 고도 증가 당 자살 위험도가 미국보다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남국 교수는 “미국의 카운티별 자료와 한국의 시․군․구별 자료에서 유사한 결과를 내 다른 나라, 인종, 언어, 문화와는 상관없이 고도가 독립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고도가 영향이 있는 이유는 기분장애(mood disorder)가 있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의 저산소증 때문에 생성된 뇌 물질대사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 추측되고 있고 이를 더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 “높은 고도에서의 장기간의 거주로 인한 저산소 상태의 뇌손상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한 여러 형태의 신약 개발에도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이 논문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 의학 저널인 미국 정신과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온라인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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