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이 2012년까지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언에 대한의사협회와 건보공단 두 단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총액계약제란 의료비 총액을 미리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의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보공단 이사장의 도를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규탄하고, 공단 본연의 역할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며, 정 이사장이 총액계약제 발언의 의도가 공단 이사장직 이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정 이사장이 건보재정 위기의 원인을 의사들의 과잉진료에서 찾는 것을 보면 그런 의구심이 더 들 수밖에 없다며, 원가의 70%에 못 미치는 저수가에도 우리나라 의료를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킨 의사들을 매도해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건보공단의 방만한 경영을 은폐함으로써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나아가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건 아닌지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이사장이 진정 건보재정위기를 타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붙이기에 앞서,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쓰는 거대공룡 건보공단의 구조조정부터 손대야 한다.
정 이사장이 건보공단 구조조정을 통해 관리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문제의 일대 수술을 건의하였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을 찾아내려는 행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건보공단에 대한 의료계의 심한 불신으로 이어져 건보제도가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정 이사장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는 바이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총액계약제를 또 다시 거론할 경우 의협과 10만 의사회원들은 이사장직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최근 건보공단의 진료내역 통보 오류로 인해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고 의료인의 명예가 크게 훼손된 바, 의협에서 이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으며, 공단의 높은 관리운영비 등 방만한 경영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서명운동 및 국민감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의협은 총액계약제를 추진하는 그 어떤 자들의 음모에도 결연히 대처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며, 10만 의사의 힘과 뜻을 결집해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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