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수, 국내 19개 병원 내성환자 1천409명 조사결과
두 가지 이상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다제내성 결핵)은 치료를 하더라도 사망률이 10%에 이른다는 의학계의 보고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다제내성 결핵환자의 32%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드러나 결핵환자 관리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냈다. 이미 우리에겐 후진국병으로 널리 알려져 하찮은 질병으로 치부해버린 결핵이 다제내성을 가져 치료가 어려운 무서운 질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다제내성 결핵'이란 결핵 1차 치료용 약물인 '리팜피신'과 '아이나'에 모두 내성을 보이는 결핵을 말한다.
최신 약물도 듣지 않는 '슈퍼 결핵'의 국내 치료율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결핵'은 최근에 개발된 '퀴놀론계 항생제'와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계 항생제' 마저 듣지 않아 '극도내성 결핵(Extensively drug-resistant TB)'으로 불린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는 6일 마산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스위스 생명의학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 다제내성 결핵 실태'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2000~2002년 국내 8개 민간병원과 2개 국립병원, 대한결핵협회 산하 9개 병원에서 '다제내성 결핵'으로 등록된 환자 1천459명 가운데 1천409명을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환자들이 치료 종료 전에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이 32.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환자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은 45.3%에 불과했으며 사망률은 10.2%로 매우 높았고 2006년 말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다제내성 결핵환자들의 누적 사망률은 무려 20.4%로 조사됐다. 더욱이 4가지 이상의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 결핵' 환자의 치료율은 25.4%에 그친데다 '슈퍼 결핵'은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8.7%(122명)에게서 발견됐다.
심 교수은 치료 성공률이 민간병원의 경우 54.0%인 반면 결핵협회 병원은 42.8%로 11%의 큰 차이가 난 것은 결핵협회 병원에서 치료 중단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병원의 종별 치료 중단율은 결핵협회 병원이 38.8%로 가장 높았고 민간 병원(23.2%)과 국립병원(22.2%)은 1%차로 엇비슷했다.
심 교수는 치료 실패율이 결핵협회 병원의 경우 1.9%로 민간병원(8.5%)이나 국립병원(8.6%)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 점은 반대로 치료 중단율이 높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이처럼 치료 실패율은 내성이 강한 결핵일수록 높아 슈퍼결핵 환자의 치료 실패율은 다른 다제내성 환자의 6.35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전 결핵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의 실패율은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의 2.8배였다.
심 교수는 "다제내성 결핵은 원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인데다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아 치료 성공률이 매우 낮은 것 같다"며 "다제내성 결핵이 확산되지 않도록 결핵환자 관리체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