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2차 협상이 한미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중단 사태로 이어진 가운데 종료됐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당초 예상대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치료효과가 높은 약에만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주는 선별목록제(포지티브 리스트제도)가 자국의 고가 신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맞서 우리 측은 미국에 없는 건강보험 제도는 장점이 많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제도라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자, 포지티브 시스템이 도입되면 한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보험적용 대상 약을 선정하는 등 미국산 약을 차별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미 측은 협상단을 철수했다.
이 때문에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진행하기로 된 의약품·의료기기 협상은 회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13일 미국측 웬디 커틀러수석대표와 협상단은 “국회 열린우리당 한미FTA 특위 소속의원을 만나 FTA협상시한 연장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의회가 협상권을 갖고 있으나 이를 내년 6월까지 행정부에 위임한상태이지만 이 시한을 연기해줄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다.커틀러수석대표는 미국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협상시한 연장을 인정 받은 적이 없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에서 우리 측의 양보에 위한 타결을 염두에 둔 뜻을 전달하고 예외 없는 개방을 강조했다.
관련 제약업계는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효능이 좋은 미국산 고가역 위주의 처방이 늘어나 국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협상 종료 후 가진 종합브리핑에서 우리 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약가 적정화 방안의 동기가 공공보험에서의 약가비 지출비용이 높기 때문에 개혁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이라며 “이로 인해 협상이 결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첫날 회의에서 우리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으나, 미국 측은 포지티브 리스트제도가 신약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 측이 수용할 것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약가의 보험에 적용될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제약사가 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면 평가를 거쳐 치료효과가 높은 의약품만 보험의약품목록에 올리는 제도다.
김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의약품은 “보험재정의 안정성, 지속성을 근본에 두고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미 측이 우리의 약가 적정화 방안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김 수석대표는 “미 측이 주장하는 신약 개발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인정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의약품의 특허권 보호 강화와 함께 혁신신약의 포괄적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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