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체 병원의 휴·폐업률이 8%로 3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올들어 소위 잘 나가는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성형·피부·안과 등조차 방학특수가 사라져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폐업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병원 휴·폐업률 3년새 최고
6일 의료계와 중소병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병원의 휴·폐업률은 8%로 각각 5.6%를 기록했던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비해 2.4%나 높아졌다.
중소병원은 30~499병상 사이의 의원급이나 준병원급을 통털어 말한다.
휴·폐업률을 병상 규모별로 보면 ▲100병상 미만이 11.9%로 가장 높았고 ▲100~199병상 6.4% ▲200~299병상 4.3% ▲300병상 이상 1.2% 순으로 뒤를 이었다.
병원의 종별로는 요양병원의 휴·폐업률이 9.6%로, 일반병원(9.1%)과 종합병원(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병원협의회는 이런 현상은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실질적으로 붕괴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협의회에 따르면 OECD 가입국과 의료선진국들도 우리나라처럼 대형 대학병원에서 진료받기가 쉬운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협의회 김상일 경영이사는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상담과 진찰을 받은 다음 위중한 환자나 정밀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되면 2, 3차 의료기관으로 전원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2차 의료기관이 맡아야 하는 단순 질환을 3차 의료기관에서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3차 의료기관에서 정밀하고 어려운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제대로 입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비의 비용-효율적 측면에서 크게 잘못된 의료비 운용 방식 때문에 1, 2차 병원에 속한 중소병원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불황 속 피부과·성형외과·안과도 매출 급감
그동안 잘 나가요 진료과인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물론 안과 등도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비급여 시술이 대부분인 성형외과와 피부과, 안과 등은 의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목이다.
여름방학은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알짜배기 성수기라고 할 수 있지만 올들어 이 같은 성수기가 거의 사라졌다는 게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K피부과는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 가량 줄었고, 여름 예약 건수도 전년 대비 20%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피부과는 성형외과에 비해 `여름특수'가 적은 편이다.
레이저 시술의 경우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시술 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불경기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는 게 관련 진료과 의료인들의 주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부유층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J피부과도 6월 매출이 작년 대비 60% 정도에 그쳤다.
방학과 여름휴가가 시작된 7월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턱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R성형외과 K원장도 "워낙 봄철 매출이 떨어진 상태라 휴가시즌을 맞아도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대비 30% 정도 떨어졌고, 여름 수술 예약건수도 작년에 훨씬 미치질 못해 봄철 추락한 매출을 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안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흑자를 유지해온 유명 K안과가 지난달 처음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급감하고 있는 환자 때문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안과 원장은 "설립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K안과가 적자를 본 것은 그만큼 안과병원들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특히 시력교정술에 초점을 맞춘 일부 안과병원들은 환자가 급감,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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