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 낮아도 '심혈관 질환 위험' 더 잘 발생

양한모 교수·박찬순 임상강사·숭실대 한경도 교수 공동연구팀
'LDL 콜레스테롤 수치-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상승' J자형 상관관계 확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염증 정도 나타내는 'hs-CRP 수치' 사이 J자형 상관관계 관찰
양 교수 "혈중 염증 수치 증가와 관련‥향후 심혈관 질환 관리에 중요한 지표임 제시"
논문, 다학제연구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Advanced Research'에 게재

[보건타임즈]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도 심혈관 질환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다는 역설적 결과(논문보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데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도 혈중 염증 활성도가 높아져 심혈관 질환 발병위험이 늘어나 적극적으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양한모 교수(사진 좌)·박찬순 임상강사(중)·숭실대 한경도 교수(우) 공동연구팀은 2009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30~75세 성인 약 243만 명을 대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의 상관관계를 약 9년간 추적 관찰해 분석한 결과를 7일 이같이 발표했다.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붙으면 혈관이 딱딱해지며 좁아지는 죽상 경화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은 고지혈증약을 복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받는다.

연구팀은 죽상 경화성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2차 예방 군이 아닌, 병력이 없는 '1차 예방군'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임상적 의미에 주목했다.

국가 건강검진 결과 죽상 경화성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데다 고지혈증약도 복용하지 않은 1차 예방 군 성인 240여만 명을 대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약 9년간 추적 관찰했다. (자료1)

이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80~90ml/dL 이하로 낮아질 때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오히려 증가하는 J자형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추가로 연구팀은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코호트(2,812명)와 국민건강영양조사 코호트(17,056명)를 분석해 들어가자 두 코호트에서 공통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hs-CRP(고민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 사이의 J자형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자료 2)

두 코호트에서 LDL 콜레스테롤 '70㎎/dL 미만' 그룹은 '70㎎/dL 이상 130㎎/dL 미만' 그룹보다 평균 hs-CRP 수치가 높았으며 hs-CRP 수치가 높은 사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컸다.

"염증 활성도가 증가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계 질환 사이의 J자형 상관관계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집단에서 증가한 염증 활성도 때문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고지혈증약을 복용해왔던 사람'과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으며 고지혈증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향후 10년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속하는 사람은 기존 학설처럼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줄어드는 선형적인 관계가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기존의 치료 방식이 심혈관 질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시각이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약을 복용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심혈관 질환이 증가할 것을 우려할 수 있겠지만, 스타틴 복용 군 분석 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 질환 위험도 사이에 J커브가 나타나지 않아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이 결과가 기존 학설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만큼 교란 변수나 통계적 오류가 없는지 다각도에서 분석했으나 결과는 같았다면서 LDL 콜레스테롤이 낮으면서 심혈관 질환이 잘 생기는 특정 다른 질환 환자군들까지 고려, 분석했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이전 연구들과 다르게 심혈관 질환 병력 유무에 따라 대상을 1차·2차 예방 군으로 명확히 구별, 대규모 인원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기에 J커브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심혈관 질환 발생에서 다양한 위험인자를 고려해 잠재적 환자군을 명확히 해 추적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도 염증 활성도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J-shaped association between LDL cholesterol and cardiovascular events: A longitudinal primary prevention cohort of over 2.4 million people nationwide'란 주제로 다학제연구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Advanced Research; (IF 12.822)'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