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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06월10일 17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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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심근병증 父子 환자, 세대 이은 '같은 치료전략'으로 극복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똑같은 심장보조장치(LVAD)' 삽입한 국내 첫 사례

父 '심장이식' 후 17년 즐겁게 살다가 별세
子 "LVAD 삽입 후 숨 편히 쉬어져, 심장이식 받아 20년 즐겁게 살고파"
주치의 "가족성 심근병증은 유전자 검사 통해 조기 진단 중요"

[보건타임즈] 작고하신 아버지와 똑같은 심장병, 같은 심장보조장치 삽입 그리고 아들도 부친처럼 심장이식을 받으려 대기 중인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사진 왼쪽부터 심장내과 정진아 간호사,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 김영대 씨, 심장내과 오재원 교수, 강석민 교수, 김현주 간호파트장)

의료진은 가족성 심장병을 앓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 따르면, 지난 2일 비후성 심근병증 말기 환자 김영대 씨(남, 만58세)가 심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생명을 유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실 보조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LVAD, 엘바드)를 안전하게 삽입한 뒤 퇴원했다(아래 사진).

김 씨는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KONOS)에 대기자로 등록, 향후 장기기증자가 나오면 심장이식을 받을 예정이다.

김 씨에게서 비후성 심근병증이 발견된 사연은 이랬다.
그는 건강검진에서 '심장이 두껍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2004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를 찾았다.

진료 결과 진단명은 부친이 앓았던 ‘비후성 심근병증’이었다.
이 심장병은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인구 500명당 1명꼴로 발견된다.
이후 김 씨는 부정맥 악화로 실신까지 해 2014년 7월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에게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술받았다.

이후 호흡곤란 등 심부전 증상 악화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아버지처럼 말기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발병하는 심부전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혈액형이 A형인 김 씨는 심장이식을 위해 장기간 입원해 공여자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 지난 4월 19일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로부터 좌심실 보조장치(LVAD) 'HeartMate3'를 삽입한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 현재 심장이식을 대기 중이다.

그의 부친 김기호 씨도 1995년 신체검사에서 심장이상이 발견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 비후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5년 후 당시 LVAD 1세대 모델 'HeartMateI'을 몸속에 삽입, 다음 해인 2001년 11월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뒤부터 강석민 교수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17년간 건강히 지내다가 2018년 2월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 부자의 사례처럼 최근 심장이식 대기자들에게 LVAD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장 기능이 매우 약해진 심부전 환자는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아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문제는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혈액형 등에 따라 6~18개월까지 대기 기간이 필요해 기다리는 동안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전처럼 활발하게 되지 않아, 신장, 간, 폐 등 다른 장기까지 기능까지 상실, 숨지는 사망자가 적지 않았다.

LVAD는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키는 심장의 좌심실 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다른 장기기능 저하를 최소화한 상태로, 심장이식 전 장기간 대기를 가능하게 해준다.

LVAD 금액은 기계 1대당 약 1억 5천만 원에 달했으나, 2018년 9월 말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전 승인하에 본인 부담 금액이 75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영대 씨는 "LVAD를 삽입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편하게 숨 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면서 "이전엔 헉헉거리며 숨을 쉬고 살았다. 삽입 후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졌으며 편히 숨 쉴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히 언제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겠지만, 60세 환갑 전에 이식을 받아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싶다"면서 "부친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으신 후 17년을 행복하게 사셨다. 나 역시 20년 이상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갈 계획"이라며 "그냥 심장이식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LVAD를 달고 기다릴 것인가 고민된다면, LVAD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주치의 심장내과 오재원 교수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결국 유전성, 가족성 질환을 앓게 된 것이다. LVAD는 분명히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줄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면서 "더 나아가 가족성 심근병증 환자들을 조기 검사해 조기 진단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한 명 한 명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들 전체가 문제 생기지 않도록, 가족을 보호하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가족 중에 심근병증 환자가 있다면, 가족 구성원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선 매월 1회 토요일 심근병증 유전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클리닉에서는 가족성 심근병증 환자들을 조기 검사해 조기 진단, 조기 치료함으로써,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예방(family prevention),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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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bktimes@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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