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2012년까지 10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불러들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외국인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 병원들이 이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뛰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온 외국 환자수는 1만6000여명. 앞서 의료관광 사업을 시작한 태국(150만명), 싱가포르(27만명), 인도(18만명) 등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이지만 우리 정부가 의료관광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푸는 등 본격 뛰어들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환자 유치활동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급선회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모셔라
최근 각 병원들은 홈페이지에 외국인들이 쉽게 볼 수 있게 외국어로 만들어 띄우는 등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맞춰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건강검진센터 등을 중심이 돼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게 위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을 구사하는 진료 도우미를 채용하고 있다.
▲ 서울선 외국인 환자 진료 중
C국제병원은 외국 환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이다.
이 병원에 채용된 러시아인 알렉산더 예르쇼프(Alexander Ershov)씨는 "자연환경 속에서 치료 받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의료 리조트라고 외국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최근까지 일본 산모(産母) 800여명을 유치한 바 있다.
▲ 한방병원들도 외국 환자 유치에 가세
서울 강남의 J한방병원은 국제클리닉을 열고 일본·미국·독일·프랑스 등의 외국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진료건수는 2343회로 전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윤제필 국제클리닉 원장은 "국내 거주 일본인보다 일본에서 직접 병원을 찾아온 환자(59%)가 더 많다"며 "외국인들은 수술하지 않고 침·한약 등으로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것에 놀란다"고 전했다.
◆한국 의료관광 강국 낙관
미용성형·치과·건강검진에선 선진국
미용성형·치과·건강검진 등 3가지 의료분야는 국제 경쟁력을 확실히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 보건산업진흥원과 '의료관광 국제마케팅 활성화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의료관광협회 조나단 에델하이트(Jonathan S. Edelheit) 회장은 "한국은 가격 대비 의료수준이 매우 높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미국인 입장에서 싱가포르와 태국보다 한국이 의료관광하기에 더 적절한 곳"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진료비 수준을 '100점'이라고 보면 미국 진료비는 338점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진료비는 미국의 3분의 1 값인데다 진료비대비 의료기술수준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의 의료기술은 미용성형·치과·건강검진 등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이며 미세수술까지 선진국 수준이어서 한국이 의료관광의 강국으로 서기는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한류(韓流)'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네트워크병원협회 안건영(피부과 전문의) 사무총장은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중국 여성들 사이에선 한국의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성들이 많다"며 "한국 의사들이 손재주가 좋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용 치료 노하우를 갖춰 이 분야에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달리 외국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걸림돌도 적지 않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막고 있다.
이 법은 의료업계의 부당경쟁을 방지하고, 의료비가 과도하게 지출되지 않게 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금지 규정은 국내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 유치에도 똑 같이 적용하는데 문제가 된다.
외국 현지에서 여행사·보험회사가 환자를 단체로 유치할 수 없게 하는 꼴이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하반기 내 외국 환자에게만 단체 유치와 알선을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경쟁국의 장단점
싱가포르는 외국 의사가 환자를 자국으로 보내주면 환자 당 치료비의 10~20%를 수수료를 준다.
여행사도 수수료를 받고 외국 환자를 대거 유치하고 있다. 고(高)물가 탓에 한국 체류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흠이다.
미국 의료관광협회 레니 스테파노(Renee M. Stephano) 편집장은 "한국의 진료비는 미국보다 싸지만 태국, 인도보다 비싼 편"이라며 "환자들이 편안하게 묵을 호텔도 적고 가격도 비싸 병원과 연결된 환자용 호텔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유명 대학병원의 A 원장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병원은 국내 환자를 치료하기도 바빠 외국 환자를 볼 겨를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여유있는 병원은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외국 환자가 찾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관광 사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4 11: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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