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 있는 유전성 난소암 환자 표적 항암치료 통해 '치료 효과' 향상
[보건타임즈] 여성 암에서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난소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서 조기발견이나 진단이 어려운 데다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70%가 3기 이상 진행, 악화가 된 상태에서 발견돼 암의 전이나 사망률이 매우 높다.
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C56)'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12,669명에서 2019년 24,134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난소암은 여성 암 사망자의 47% 이상을 차지, 전체 사망률 1위를 오른 만큼 심각한 여성 암으로 손꼽힌다.
또 중앙암등록본부 2017년 암 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2.1%이며, 대부분이 발견 당시 3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부인 종양 교과서(Berek & Novak’s Gynecology)에 따르면 난소암 3기 말 5년 생존율은 23%, 4기는 11%에 불과하다.
이렇듯 난소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초기에 증상이 전혀 없다가 3기가 되어도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더부룩하다든지 배가 불러오는 등 비특이적인 증상뿐이며, 아직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확실한 선별검사 진단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부인암 클리닉 이은주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난소암의 선별검사엔 질식 초음파, 골반 내진, CA -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이 있으나 이런 검사들의 실제 효용성은 낮다"며, "질식 초음파검사에서 난소에 종양이 있으면 다 발견이 되지만 이게 암인지 양성 종양인지를 구별할 능력이 낮다"면서 "난소암의 종양표지자 마커 CA125 유전자는 1기 난소암에서 50%, 2기 난소암에선 60%만 증가하며 암이 아닌 양성 질환에서조차 늘어나는 등의 사례가 많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난소암의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란 잦고 출산경험 없거나 가족력 있는 여성, '경구피임약'으로 난소암 예방
대개 여성은 생리적으로 난소가 난자를 생성, 배란하는 과정에 난소의 표면층이 터지면서 난자를 방출하게 된다.
이때마다 손상된 부분 복구에 필요한 유전자 발현이 개시되며 세포의 생성과 소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획득하면서 암세포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출산하지 않는 여성이 가임기에 임신, 출산으로 배란 횟수가 줄어들지 않아 난소암 발병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임신과 수유 기간 내지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엔 배란이 안 돼 난소암의 위험도가 낮아진다.
이 교수는 "난소암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은 다른 암들처럼 우선 조기에 발견해내는 것이지만, 현재의 선별진단검사 방법으로는 난소암 조기진단이 쉽지 않아 임신 경험이 없거나, 초경이 빠르다든가 폐경이 늦는 등의 배란 기간이 긴 여성은 고위험군에 속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난소암 대부분은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든지, 자신 또는 가족, 친척(고모, 이모, 조카) 중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진단되거나 BRCA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면 가족이 모두 유전자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 MMR 유전자(MLH1, MSH2, MSH6, PMS2), ATM, BRIP1, BARD1, PALB2, RAD50 등 수십 개 유전자의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유전자검사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유전성 난소암의 발병 위험성을 고려해 직계가족 중에 난소암, 유방암이 합쳐 2명 이상이거나, 가족 가운데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면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받아 가족 중 한 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을 때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초음파검사와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유전성 난소암의 발병 위험이 큰 여성의 유전성 난소암 예방법으로는 난소 난관 절제술이 유일하다면서 예방적 난소 난관 절제술을 통해 유전성 난소암 발생위험을 96%까지 낮출 수 있어 아기 낳기를 바라지 않은 여성의 경우 35세 이후 또는 적어도 40세 이전에 난소 난관 절제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 다학제 '협진 수술' 통해 잔존병소 완전 제거
이처럼 난소암이 여성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지만, 대개 1기의 5년 생존율은 76~93%, 2기는 대략 60~74% 정도로 알려져 조기에 발견만 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 고위험군에 속하는 여성의 정기검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난소암은 생식세포종양, 경계성 난소암, 1기 초 상피성 난소암 상태에서 초기에 발견만 된다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가임력 보존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난소암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난소의 절제술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임력 보존이 힘들지만, 생식세포종양, 경계성 난소암, 1기 초 상피성 난소암 상태에서 발견만 되면 병변이 있는 난소를 절제해도 자궁과 반대쪽 난소를 보존할 수 있다"며, "가임력을 보존하는 수술적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선 재발의 위험성을 꼼꼼하게 점검,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이가 많은 난소암은 수술이 매우 복잡해지며 수술의 범위가 커진다.
난소암으로부터 생존율 향상과 재발 예방을 위해선 수술 후 잔존병소의 여부가 매우 중요해 암 조직을 수술로 최대한 제거하는 종양 감축 수술을 하기 위해 자궁과 난소뿐 아니라, 전이된 부위에 따라 장간막, 복막, 대장, 소장, 방광 일부, 림프절, 간 일부, 비장 등을 적출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산부인과 의료진뿐만 아니라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 2~4명 이상의 분야별 수술전문의의 협진 수술로 잔존병소를 남김없이 제거하는 동시에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수술 시나리오를 만들어 수술 당일은 오로지 수술에 집중, 수술 이후엔 일주일간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치료와 환자 교육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암 치료로 발생하는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조절하기 위해 수술 전후로 신경 심리 스트레스 클리닉의 협진도 꼭 챙겨야 한다.
실제 중앙대병원 암센터 부인암 클리닉에선 산부인과를 비롯해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의료진들이 다학제 협진을 통해 우수한 치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앙대병원에서 지난 10년간 수술한 난소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예후가 가장 안 좋은 타입 ‘장액성 난소암’의 3기 말(stage IIIc) 5년 생존율이 80%로 우리나라 모든 병기, 모든 타입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 62.1%보다 월등히 높다.
이 교수는 "수술 전 철저한 준비와 난소암 수술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거의 종양 감축 수술에서 무조건 잔존병소가 없는 수준, 혹은 1㎝를 넘는 종양이 절대로 없도록 한다"며, "수술 후 1주일간의 집중관리로 수술 후 합병증이 없게 해 항암치료가 2~3주 이내에 시작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항암치료에 의한 부작용을 예방, 관리해 치료 순응도를 극대화하며, 재발했을 때 다학제 협진을 통해 최상의 치료 조건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가족력 있는 BRCA 유전자 난소암 환자, '표적 항암치료' 효과적
난소암이 진단되면 대개 수술로 가능한 한 모든 종양을 제거한 후 항암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여성 환자의 나이와 임신력, 암세포 종류와 병기 등 많은 요소를 고려, 결정한다.
수술 후 눈에 보이는 종양이 다 제거돼 남아있는 종양이 없거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항암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진단 당시 많이 진행돼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기가 불가할 때는 항암치료를 먼저 한 후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한다.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를 통해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해, BRCA를 포함한 30여 개의 유전자의 유전성 암 검사를 통해 유전성 난소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 효과적으로 표적 항암치료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최근 BRCA 유전자 돌연변이나 HRD 포지티브(positive)를 가진 백금-반응성 재발성 난소암에 표적항암제 PARP 억제제(올라파립, 니라파립)의 치료 효과가 증명되면서 난소암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PARP 억제제는 2~3차 이상 항암제 치료를 받은 후 재발한 백금 반응성 난소암 환자들의 종양이 더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유지요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도 2017년 10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는 종양 감축 수술과 1차 항암요법 후 완치된 난소암 환자의 유지요법에 대한 높은 효과가 보고되면서 난소암 치료의 큰 진일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19: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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