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생명 유지에 그쳤던 인공LVAD이식, 이젠 '심장 치료'

심장혈관병원 의료진 '국내 첫 소아청소년 체내 인공심장이식술' 성공
박영환·신유림 교수와 정조원·정세용 교수 'LVAD 이식술 범위에 새 전환점' 마련

[보건타임즈] 국내대학병원 의료진이 그간 생명 유지수단으로 여겨졌던 인공심장이식으로 심장 '치료' 가능성을 새로 열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의료진들은 최근 '좌심실 보조 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LVAD/위 사진)'이식으로 1세 여아의 심장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퇴원 후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지냄으로써 근본적으로 심장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즉 그동안 생명 유지수단으로 사용돼왔던 인공심장이식을 통해 근본적인 심장 '치료'에 성공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그간 LVAD 이식은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머물러왔다.

이 뿐만 아니라 세브란스가 청소년에 대한 체내 LVAD 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을 거둠으로써 인공심장이식술로 소아‧청소년 심장질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공심장은 기능상 ▲ 자연심장의 좌우심방, 대동맥, 폐동맥과 연결부위를 잘라낸 자리에 부착, 자연심장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완전인공심장(TAH Total Artificial Heart) ▲ 심실의 벽과 대동맥에 각각 구멍을 뚫어 관을 연결시킨 후, 이 관들에 혈액펌프를 이어 심실의 혈액 발출작업을 돕는 보조인공심장(VAD Ventricular Assist Device)→Lvad(좌심실보조장치)→Rvad(우심실보조장치) ▲ IABP(Intra Aortic Baloon Pump)가 있다.

이식된 VAD은 혈액의 박출 시에 대동맥에 연결된 관에 부착된 판막이 열려 혈액을 공급해 주며 이완 시엔 (좌)심실에 연결된 관에 장착된 판막이 열림으로써 혈액이 유입되는 원리로 작동된다.(우측 사진 좌심실보조장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박영환·신유림 교수와 정조원·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입원한 영아와 여중생 두 환자에 성공적으로 인공심장 'LVAD소아 LVAD 이식술를 이식, 이들의 심장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됨으로써 퇴원했다고 밝혔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혈액순환 저하로 폐·간·콩팥 등 각종 장기가 기능을 잃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현재 이 질환의 치료법으로는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LVAD 이식술 '새 전환점' 마련
생명 연장서 '치료'수단으로 가능성 열다

1세 여아·여중생 LVAD 이식술 치료는 이렇다.

1세 여아 '이00(가명)' 환아에 적용했던 LVAD 이식은 그간 생명 연장수단으로 쓰였던 한계를 뛰어넘어 근본적 치료법으로서 전환점이 된 사례가 됐다.
이식술 후 빠르게 심장 기능을 회복한 이 아이는 6월 말 LVAD 장치를 모두 제거 후 지난달 6일 자신의 심장으로 숨 쉬며 걸음을 걷게 돼 퇴원했다.
이 아이는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후송돼 왔으며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이하로 떨어져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당시 이 아이는 심장과 폐 기능을 대체할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없이는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교수·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LVAD 이식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 지난 1월 8일 이식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이 아이는 심장기능이 차차 상승하면서 몸이 붓는 증상이 사라지며 건강을 또래와 같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빠르게 회복했다.
이러한 정상적 발달과정을 거치면서 소화기능도 회복돼 입원 시 6.5㎏이던 체중이 9㎏까지 늘었다. (아래 사진)

수술을 집도한 박영환 교수는 "이제까지 LVAD 이식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유지의 연결 고리'의 역할에 그쳤으나, 이 아이의 사례로 상실된 심장기능의 회복을 촉진시켜 정상생활로 복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해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성공적으로 마친 수술과 함께 맞춤형 약물치료, 적극적인 간호가 뒷받침 돼 좋은 예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조원 교수도 "앞으로 주기적인 검진과 약물치료 병행, 심장이식 없이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치료 목표"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대상 국내 최초 체내 'LVAD' 이식
건강한 상태로 학교로 돌아간 '여중생'

심장혈관외과 신유림·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청소년 환자에게 성인(최측 그림 참조)과 같이 체내에 LVAD 이식에 성공했다.
이 덕분에 심장이식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다른 청소년 환자와 달리 14세 '최00(가명)'양은 지난달 17일 퇴원해 2학기부터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최 양이 이식받은 LVAD는 성인 환자의 경우 몸 속 공간이 충분해 안으로 넣은 뒤 몸밖에 휴대폰 크기의 동력과 조절장치를 찬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은 몸속 공간이 부족해 좌심실의 심장혈관(대동맥)을 체외에 있는 LVAD 장치와 튜브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동력과 제어장치가 달린 3단 서랍장 크기의 장비를 같이 연결해야 해 활동이 크게 제한을 받지만 최 양의 사례는 이러한 그간의 소아‧청소년 대상 LVAD 이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 양은 지속된 흉통과 구토증상을 보이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은 뒤 세브란스로 전원 입원한 케이스다.
이에 의료진은 생존을 넘어 친구들과 예전처럼 다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거듭된 고민과 지속적 협의 끝에 성인형 LVAD 이식 계획을 수립, 지난 5월 15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신유림 교수는 "최 양의 체구가 작아 협소한 심장과 주변장기 사이에 LVAD 기구를 삽입하기 어려웠으나, 다행히 세밀한 내부 장기 구조 분석과 수술계획으로 청소년 환자에 대한 LVAD 이식술을 국내 첫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세용 교수도 "다행스럽게 청소년 환자에게 휴대용 LVAD 이식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질병 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하게 돼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심리적 안정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심장 이식 없이 심장기능이 잘 회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험' 기반이 된 LVAD 이식 성공
환자 부담 덜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0년 국내 첫 성인형 체외 LVAD 이식술과 2017년 11월 2살 남아에 대한 국내 첫 소아 좌우(양)심실보조장치 이식술을 성공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이번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서 소아에 대한 LVAD 이식술을 시행하는 유일한 의료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브란스병원은 고난이도의 수술뿐만 아니라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심장혈관병원은 이번에 영아와 여중생에 대한 LVAD이식을 위해 병원 자체에서 거둔 후원금과 적극적으로 한국심장재단을 비롯한 외부 후원기관과 연계, 이들 기관의 도움으로 각각 1억 원 이상의 진료비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최동훈 원장은 "두 어린 환자의 사례가 심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면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료진 모두 한층 더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