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한국인 심방세동환자 뇌졸중 관리 연령 '55세부터' 제시

기존 위험 군 분류된 65세 이전부터 '뇌졸중 위험 ↑'
정보영 교수 "55세부터 정기관찰과 함께 뇌경색 예방에 더 효율적"

[보건타임즈] 국내대학병원 연구진이 한국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동반 질환 유무보다 '연령'이 뇌졸중 발병의 주된 위험 요인임을 밝혀냈다.(사진 논문서 발췌)

정보영 교수

김태훈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태훈 교수팀과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팀은 "이에 따라 한국인 심방세동환자의 뇌졸중을 예방, 관리할 나이도 55세로 낮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지 못해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의 일종이다.
이 질환은 심방 내 정체 된 혈액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국내 의료진들은 유럽과 미국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평가 지수 'CHA2DS2-VASc 평가지표'를 이용해 일정 점수를 넘을 시 예방적 차원의 약물투여와 검사를 시행해오고 있다.
국내의료진은 CHA2DS2-VASc 평가지표에 따라 65~74세(1점), 75세 이상(2점) 등 65세 이상을 위험군으로 보고 고혈압 (1점), 심부전 (1점), 당뇨병(1점), 혈관질환(1점) 등 동반 질환에 대해서도 점수를 부여한다.

그러나 서양인의 인종적 특성과 생활습관을 기반으로 산출한 평가지표여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지역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평가 지표로는 그대로 적용,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실제로 평가 지표상 0~1점 사이의 뇌경색 발병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다수의 65세 이하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발병률이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왔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맞는 뇌졸중 관리 연령을 도출하기 위해 건보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새로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18세 이상 42만 6650명의 환자들을 추적, 이들의 CHA2DS2-VASc 평가지표 점수와 연간 뇌경색 발병률 간 상관관계를 살폈다.

연령대는 50세 미만, 50~54세, 55~59세, 60~64세, 65~69세, 70~74세로 세분화시킨 뒤 서로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뇌경색 발병률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환자 군이 가진 여러 변수(만성 콩팥질환와 고지혈증 등 질환 동반 유무, 흡연 유무, 소득수준 등)를 고려한 통계 보정 작업까지 거쳤다.

이 결과 한국인의 뇌경색 발병 위험은 동반 질환 유무 변수보다 연령 변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쳐 CHA2DS2-VASc 평가지표 상 위험 나이대로 보는 65세 이전부터 뇌경색 발병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령인 경우 CHA2DS2-VASc 평가지표 상 위험점수를 낮게 받은 환자라도, 비교 환자 군에 비해 연간 뇌경색 발병률이 유사하거나 더 높았다.

연령에 따른 위험점수 1점만 받은 65~69세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은 4.08%로, 더 높은 위험점수 2점에 속하는 만 18세 이상 전체 조사 환자군의 4.42%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연령 위험점수 1점만 기록한 70~74세 환자군은 이보다 높은 2점의 같은 환자 군에 비해 연간 뇌경색 발병률이 7%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CHA2DS2-VASc 평가지표 상 동반 질환이 없거나 나이가 많지 않아 위험점수 0점으로 분류된 환자 군이라도 55세 이상이면 뇌경색 발병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 위험점수 0점의 55~59세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은 1.94%로, 위험점수 1점의 만 18세 이상 전체 조사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인 2.06%와 수치가 유사했다.
위험점수 0점인 60~64세 환자군의 연간 뇌경색 발병률도 위험점수 1점을 기록한 전체 조사 환자 군보다 오히려 20%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영 교수는 "이 연구결과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발병 위험은 고혈압이나 당뇨, 혈관질환 등의 질환 동반 여부보다 신체적 나이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양인 환자를 전제로 한 CHA2DS2-VASc 평가지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의 연령 증가에 따른 뇌경색 위험평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예방을 위해 다양한 위험요소를 평가한 수치를 가지고 예방적 치료를 이미 해오고 있다"면서 "이 연구는 한국 심방세동 환자들이 CHA2DS2-VASc 평가지표에 따른 65세가 아닌, 55세부터 정기적인 관찰과 함께 필요시 혈전을 예방하는 항응고제 약물을 처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뇌경색 예방에 더 효율적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이 연구를 자세하게 다른 논문은 'Age Threshold for Ischemic Stroke Risk in Atrial Fibrillation Cohort Data Covering the Entire Korean Population'이란 제목으로 국제적인 뇌졸중 학술지인 'Stroke지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