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피 한 방울과 소량 변'으로 장 질환여부 미리 점검

대장내시경 두려운 '어린이나 당뇨, 심혈관 질환자'에 유용
직계 대장암환자가 있다면 '유전성 대장암 검사'

[보건타임즈] 의료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체내 질환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검사법도 진보하고 있다.[그림1 최근 5년간 '크론병' 진료인원과 진료비(심평원, 2016)]
대표할 수 있는 진단법으로는 대장내시경을 대체, 보완하는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다.
혈액 한 방울과 소량의 대변으로만 난치성 장(腸)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유전성 대장암 등을 감별해내 조기에 질환의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장(腸)질환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장내시경은 내시경관을 항문으로 삽입하는 과정과 장 세정제 복용에 거부감, 구역질∙복통∙어지럼증과 같은 후유증으로 많은 사람이 꺼린다.

발병률이 가장 높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의 경우 대장암 예방 차원에서 1년에 한 번씩 대변잠혈검사와 함께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보건복지부에서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검진 받을 시기가 되면 두려움에 검사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대장내시경 검사가 두려운 성인이나 어린이, 심혈관 질환자를 위해 대장내시경을 받기 전에 먼저 난치성 장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체외진단 검사법이 나왔다.

대변 1g으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여부' 진단
'분변 칼프로텍틴 정량검사'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체외진단법

최근 방송에 나온 연예인들이 투병 중에 고백하면서 널리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정상세포를 공격, 소화기에 염증을 일으켜 점막이 헐게 되는 대표적인 염증성 장 질환이다.(그림 2015년 크론병 진료인원 비중)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대장 내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이에 반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대장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 차이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지속적인 복통과 설사, 혈변, 구역질 같은 증상을 동반, 스트레스성 대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해 많은 환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문제는 염증성 장 질환이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달리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것이 다르다.
이 질환은 조기에 예방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간 차츰 소화나 영양분 흡수 장애로 영양이 결핍되거나 장 폐쇄, 협착, 천공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한다.
게다가 재발률이 높은데다, 완치되지 않아 평생 치료해야 하는 골치 아픈 난치성 질환이다.

이러한 염증성 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가 바로 '분변 칼프로텍틴 정량검사'다.

사람에게 채취한 대변 1g 속 칼프로텍틴(단백질) 농도를 측정해 염증성 장질환의 유무를 감별하는 것은 물론 예후를 추정, 사전에 예방이나 조기치료조치를 할 수 있다.
호중구의 세포질에 존재하는 칼프로텍틴은 염증자극에 반응해 분비된다.
칼프로텍틴은 대변에서 분해되지 않은 채 대장 내에 장시간 남아 소화기관의 염증 상태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이에 녹십자의료재단 권애린 전문의는 "우리나라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 연령이 어려지는 추세다. 염증성 장질환은 상당히 진행돼 악화돼서야 대장내시경이나 MRI 검사, 혈액검사로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기진단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 분변 칼프로텍틴 정량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침습적인 대장내시경이나 생검을 대체, 대장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심혈관 질환자나 어린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혈액 3ml로 '유전성 대장암' 조기진단
발병요인 'MLH1, MSHS2, MSH6, APC 유전자' 정확하게 감별

대부분의 암은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병원성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그림 대장암 현황(국가 암 등록통계, 2013)]
이를 유전성 암이라고 한다.

권 전문의는 실제로 대장암 환자의 5~15%가 유전성 대장암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대장암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있으면 자식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50%이며, 병원성 변이 유전자가 있는 자녀는 추후 대장암에 걸릴 위험률이 80%까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유전성 대장암으로는 크게 두 가지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HNPCC, 일명 린치증후군)과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이 널리 알려져 있다.[그림 대장암 현황(국가 암 등록통계, 2013)]
린치증후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존재하면 대장암뿐 아니라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등의 암 발생 위험률이 높아 조기검진을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해도 부모, 자식, 형제, 조부모, 삼촌, 고모, 조카 등 2차 직계가족 내에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유전성 대장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밝혀낼 수 있는 검사를 통해 병원성 변이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유전성 유전자 보인자의 연령에 따른 대장암 발생 위험도

그림(上) (로체스터 의과대학, 2011), 그림(下)유전성 유전자 보인자의 암 발생률

대장암 유전자 검사는 환자에게 채취한 혈액에서 유전성 대장암 유전자와 이와 관련된 MLH1, MSHS2, MSH6, APC 유전자를 분석하는 체외진단법이다.
이를 통해 종양 위험 군을 먼저 발견, 선종의 수를 확인하게 되면 곧바로 예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대장암 발병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녹십자지놈 김영은 전문의는 "가족이나 친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혈액 내 DNA를 분석하는 대장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유전성 대장암의 병원성 변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만약 병원성 변이가 존재하면 주기적인 관찰과 생활습관 개선, 선제적 수술 등의 예방적 조치로 암 발생 위험률을 최대 56%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