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 저하, 눈의 피로 야기 등 ‘악영향 빛 공해기준 강화’ 필요
‘야간 조명과 유방암 질병지도’ 완성 평가
“잠이 든 밤에 밝은 빛으로 수면장애를 겪어 병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남편이 밤늦게 보는 TV불빛 때문에 밤잠을 설친지 오래됐으며 최근엔 유방암 수술을 하게 됐다”
요즘 밝은 빛의 공해로 병을 얻게 됐다는 여럿사례들이 매스컴을 타면서 최근 발표된 “밤에 밝은 빛 유방암-수면질환 발병률 높인다”는 고대연구팀의 건강영향 연구결과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은일(빛 공해 연구팀, 연구책임자)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섬유센터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된 ‘2014년 (사)한국조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빛 공해에 의한 건강영향 연구결과를 발표,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숙면을 해야 할 늦은 밤에 밝은 빛은 단순 공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양과 질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눈의 피로 ▲유방암 유병 율까지 높이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거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가량은 이런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빛 공해 방지법’을 전혀 모르는데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에너지 손실이 더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환경부 “생활공감 환경보건사업”의 일환으로 “빛 공해 인체위해성 평가기술연구(관리기관 한국환경산업기술원)”를 실시한 것이다.
‘수면의 양과 질 저하’ 현저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가 같은 또래 젊은 성인 남성 연구군 23명을 대상으로 빛이 전혀 없는 방과 5lux 또는 10lux의 불빛이 있는 방에서 수면에 대한 야간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연구 결과, 빛 공해가 심해짐에 따라 야간수면의 양과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빛 공해 침입광 기준 10 lux는 물론 5 lux에서도 수면의 양과 질이 유의하게 떨어졌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를 분석한 결과, 빛 공해 5 lux 또는 10 lux가 있는 방에서 수면이 빛이 전혀 없는 방보다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졌다.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 수면이 전혀 없는 곳에 비해 총 수면시간(Total sleep time)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잠든 후 깸(Wake after sleep onset)이 유의하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얕은 잠에 든 N1 단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깊은 수면인 N2 단계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꿈 수면으로 알려진 REM(Rapid eye movement)이 유의하게 늘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빛 공해가 수면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지기능수행에 ‘부정적’ 뇌활성도 저하
고려대 연구팀은 빛이 전혀 없는 방과 빛 공해(5 lux 또는 10 lux)가 있는 방에서 수면 후 다음날 인지기능수행을 평가하는 n-back test를 시행하면서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이들 23명의 뇌 활성도와 활성부위를 분석, 빛 공해의 수면영향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5lux와 10lux에 의한 수면장애가 모두 다음날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빛 공해(5 lux 또는 10 lux)가 있는 방에서 수면한 연구 군이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 수면자보다 뇌의 활성도가 저하됐으며 5 lux보다 10 lux 노출 시 더 뚜렷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10 lux의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 수면 군이 5 lux에 노출된 연구 군에 비해 전후에 걸쳐 뇌의 활성도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좌 뇌와 우뇌 전두엽 부위의 뇌활성도 떨어졌다.
이들이 어려운 난이도의 수행을 했을 때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뇌활성도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으며 다음날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눈 피로’ 증가
또 이들 중 빛 5 lux 또는 10 lux에 노출된 수면 자에게서 눈의 피로가 증가했다.
고대 안암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가 이들 27명이 빛에 노출됐을 때 눈 피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빛 5 lux 또는 10 lux에 노출된 경우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 수면자보다 이후에 눈 피로도가 심했다.
이들에게서 빛 공해 노출 후 결막충혈 증가, 안구 건조 증가가 나타났으며, 눈 피로감, 눈 통증, 자극감, 초점 맞추기 어려움 등의 다양한 증상이 늘었다. 눈 피로도 증상은 5 lux와 10 lux에 된 경우 모두 유사했다.
‘유방암 유병 율’ 높아
유방암 유병 율도 야간조명이 강한 지역일수록 높았다,
이외에 비만 율, 음주 율, 미세먼지 등도 유방암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은일 교수는 빛에 노출된 장기의 영향, 암 유병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인원으로 산출한 치료 유병 율 자료와 지역별 빛 공해 수준을 비교 평가한 생태학적 방법을 적용,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야간조명이 유방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과도한 빛이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유방암을 증가시킨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기존 이스라엘의 선행 연구결과를 우리나라에서 확인하는 최초의 결과이며 GIS 프로그램을 이용, 처음으로 한국의 야간조명과 유방암 관련 질병지도를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국민인식 “빛 공해, 건강보다는 에너지 손실 문제”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건강에 위해가 되는 빛 공해의 위험인식은 높지 않았다.
고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최재욱 교수는 우리나라 20대 이상 남녀 성인 1,096명을 대상으로 다른 유해요인과 비교, 국민들의 빛 공해 인식도 조사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5.3%가 2013년 제정된 ‘빛 공해 방지법’을 ‘전혀 알고 있지 못했으며 10.6%는 어느 정도, 겨우 전체의 0.6%만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들이 알고 있는 빛 공해 요소는 ‘과잉조명으로 에너지 손실’이 5.89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운전자의 눈부심과 보행자의 안전 위협’(5.87점)이 뒤를 이었다.
빛공해 원인에 대한 정책적 관리 정도는 ‘건축물의 발광간판’(5.79점), ‘옥외 광고물(5.67점)’, ‘보행자 길의 보안등(5.62점)’, ‘자동차 헤드라이트(5.55점)’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꼽는 환경위험 중 가장 위험하게 인식하는 요소는 석면, 불산 등 화학물질로 생긴 사고, 의료사고, 대기오염 등의 순위를 나타냈다.
빛 공해 연구팀을 이끈 이은일 교수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빛 공해 수준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 발표로 국민들의 빛 공해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우리나라 빛 공해 조도 기준이 주거지역에서 10 lux로 되어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5 lux로도 수면장애등 건강장애가 나타나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학술적인 근거가 마련됐다”며 “국제조명위원회나 독일의 기준처럼 소등 전과 소등 후를 나눠 조도기준을 정하거나 소등 후 빛의 세기를 1-2 lux 수준으로 낮추도록 강화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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