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정원대보름에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하며 밤, 호두, 잣, 은행 등 딱딱한 열매를 치아가 약한 어린이나 노인도 예외 없이 나이만큼 부럼을 깬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부럼을 선택, 치아의 건실함을 건강의 척도로 삼았다.
부럼을 깨물면서 외치는 구호가 바로 “부스럼아 물러가라” 혹은 “일년 열두달 무사태평하게 해주세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치악력(齒握力)으로 딱딱한 열매를 깨물다가 치아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게 된다.
치아는 훈련시켜 튼튼하게 만들 수 없다.
너무 많이 쓰거나 험하게 다루면 빨리 망가질 뿐이다.
실제 정월대보름 부럼 깨물다가 치아가 손상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마른 오징어, 쥐포 등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강력한 힘으로 잡아당겨 끊어서 먹기를 즐겨왔다.
김치, 깍두기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있는 일반적인 음식물들을 씹기 위해선 최소한 70~100kg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사탕은 혀로 잘 달래가며 녹은 단물을 즐기는 음식이지만, 유독 우리 한국인들만 입에 넣자마자 “빠드득” 깨뜨려서 “서걱서걱” 씹어 먹어야 제 맛을 느낀다.
이런 습관 탓에 한국인의 치아는 이미 20대에 마모가 심해져 서양인들의 30대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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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40대 중반의 남자.
아래 어금니가 심하게 부서지고 금(crack line)이 많이 생겨서 씹을 때마다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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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50대 초반의 남자.
정월 대보름날 부럼을 깨물다가 치근(치아 뿌리부분)이 수직으로 파절되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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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30대 후반 여자.
정월 대보름날 호두를 깨물다가 앞니 뿌리가 부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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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20대 중반 남자.
정월 대보름날 부럼을 깨물다가 앞니 뿌리가 부러지고 치아의 절단면이 부럼과 함께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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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후 중반쯤엔 서양인들의 60대 치아를 갖게 되면서 대부분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음식 씹을 때마다 민감하게 ‘시큰 새큰’거려 자주 아프다는 통증을 호소한다.
아픈 정도는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 극심한 경우 생활의욕까지 감퇴된다고들 한다.
한국인이 식사를 할 때 턱을 악무는 힘은 200㎏ 이상을 기록할 때가 많다.
치아가 바스러지고 깨져 나가는 것은 물론, 금 등의 치아보철물까지 쓸려서 파손되기에 충분한 힘이다.
40대 이상의 환자들 가운에 음식 씹을 때 예리한 치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치아에 특수한 약물을 이용해 검사하면 치표면에 살짝 금(crack line)이 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육안으로 발견하기 힘든 미세한 균열이지만, 음식 씹을 때마다 떨어졌다가 붙기를 반복하며 치아 신경관까지 자극하게 된다.
사람의 치아는 활동 중에 90%이상 사이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어야 치아와 주위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게 돼있다.
힘들거나 초조할 때마다 이를 악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30초만 치아를 악물고 있어도 금방 안면근육에 피로가 오며 저작근통이나 두통을 유발하게 된다.
이때 유발된 근육통은 쉽게 해소시킬 수 있겠지만, 치아 자체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
부작용으로 씹을 때마다 치아가 새큰거리며 치아뿌리까지 충격이 파급돼 치아신경을 죽이는 치료(근관 치료, canal treatment)를 받기도 하며 치아를 깎아 금관을 씌워줘야 한다.
심한 경우 치아가 쪼개지는 일도 가끔 발견돼 결국 뽑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부럼을 깨무는 재미있는 민속 전통을 소유한 우리들의 구강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하겠다.
√ 정월대보름에 부럼을 깨무는 잘못된 관습을 버리자. 부럼을 깨문다고 치아가 튼튼하게 훈련되지는 않는다.
√ 너무 강하고 질긴 음식을 오랫동안 씹지 않도록 한다.
√ 큰 어금니(제1, 2 대구치)는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고려해 볼 때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치아이다. 따라서 큰 어금니가 상실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임플란트 등의 보철치료를 받아야 한다.
√ 멀쩡한 치아가 원인 모르게 시큰거릴 때는 치아에 금(crack line)이 간 것을 의심할 수 있다. 금(crack line)이 확실하다면 하루 빨리 크라운(금관 보철치료)을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1: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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