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재심의‘ 道 ‘거부시사’ 대법원 법정시비까지 갈 듯
여야, “수용 요구‥홍준표 도지사 비판” 성토
최근 공공의료의 붕괴를 우려해 진주의료원 청산을 반대하는 정부에 맞서 “개의치 않겠다“며 강경입장에 선 경남도가 정면충돌, 자칫 법정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커졌다.
게다가 경남도의회가 처리한 진주의료원 해산조례안에 보건복지부가 재심의(조례 재의)를 요구하면서 경남도를 압박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14일엔 여야가 입을 모아 진주의료원 해산 철회와 홍준표 도지사를 겨냥해 비판하는 성명을 쏟아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여당 새누리당조차 일제히 복지부의 '재심의'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홍 지사는 전날(13일) “복지부의 해산조례안 재심의 요구에 거부와 함께 공포할 것이다.”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에 대해선 "지자체고유 업무이기에 대상이 될 수 없다, 증인으로 출석할 의무가 없다"며 맞대응 자세를 보였다.
현재 진주의료원사태는 청산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는데다 공공의료 전반에 걸친 국회국정조사에 합의, 일정조정에 들어간 걸친 여야당에 자극받은 경남도와 도의회가 해산 조례안을 처리하며 강행하자 이번엔 보건복지부가 재심의를 꺼내 제동을 건 모양새다.
복지부는 13일 “수차례 걸쳐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경남도가 이를 거부하며 해산을 강행했다”면서 “사전 협의 없이 의료원의 재산을 도에 귀속시킴으로써 공공의료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도와 보조금 권한을 보장한 법령을 무시했다”며 해산조례안을 문제 삼았다.
이날 복지부는 “경남도가 재의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해산 조례안이 공포되거나 거부하는 것으로 재의결하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밝혀 경남도와 법정시비로 번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진주의료원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홍준표 도지사와 경남도, 도의회는 복지부의 재심의에 순순히 응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조례 공포는 도지사의 권한"이라며 "중앙에서 전권을 갖고 휘두르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다만 재심의 요구가 법령 위반 사항이 있는지 검토한 뒤 공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주의료원사태는 해산을 만류하는 여론-국회-복지부에 강행을 굽히지 않은 경남도와 도의회간의 얽히고설킨 맞대결로 판이 커지고 있다.
경남도 재심의 수용, 거부 ‘갈림길’‥‘대법원 제소’ 점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해산 조례안 최종 확정
정부 도의원 중 ‘해산 주장하는 새누리당 의원 40명’ 부담
다른 지자체에 공공의료 축소 '신호탄 될까' 경계
경남도가 복지부의 요청을 수용, 도의회에 해산 조례안을 재심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도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해산 조례안을 최종 확정할 수 있다.
도의회엔 재적 의원 50명 중 해산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40명으로 압도적이어서 진주의료원사태가 대법원에 제소될 가능성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 사태가 법정으로 넘어가 경남도의 의도대로 된다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주장해온 정부에겐 큰 걱정거리가 된다.
정부로선 이번 사태를 경남도의 위법성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의료 축소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진주의료원 해산을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다른 지자체에게로 유사한 사태가 도미노 현상처럼 번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뜻이다.
복지부 "경남도, 중앙정부 지도·국고보조금 법령 어겼다"
“경남도 진주의료원 해산이나 매각은 위법”
복지부가 공개한 공문에서 재심의를 요구하게 된 이유로 경남도 측의 각종 법령 위반 사실을 꼽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도가 일방적으로 폐업과 법인 해산 조례 개정을 강행한 것은 의료법 제59조 1항을 어긴 행위라는 게 복지부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경남도의회를 통과한 조례 개정안 부칙에 신설된 '진주의료원을 해산하고 잔여재산을 경상남도에 귀속한다'는 규정이 의료법 제59조 1항이 정한 공공의료원에 대한 복지부장관의 포괄적 '지도·명령' 권한 중 (국고)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들어간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엔 보조금을 받은 사업자가 중앙관서장의 승인 없이 보조금이 투입된 중요 재산을 보조금 교부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양도·교환·대여할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이를 근거로 복지부 장관이 허락하기 전엔 보조금이 들어간 진주의료원의 해산이나 매각을 경남도나 진주의료원장이 마음대로 시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건물 신축과 장비 구입 등의 명목으로 진주의료원에 들어간 정부 예산은 모두 144억 원 정도다.
정부, 경남도 재심의 응하지 않으면 ‘대법원 제소’
홍준표, "도지사의 행위가 귀속될 수 없다" 거부시사
이 경우 지방자치법 제172조엔 주무부처 장관이 지방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해 재의를 요구하면 지자체의 장은 20일 안에 이를 지방의회에 요구하도록 돼 있다.
재심의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내용이 의결된다면 결정사항은 확정된다.
다시 말해 도의회에서 똑같은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진주의료원 해산이 최종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다고 가정하면 도의회엔 재적 의원 50명 중 진주의료원 해산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40명이나 포진, 경남도가 유리해 보인다.
이땐 복지부는 조례보다 상위 법령을 위반했다는 점을 근거로 대법원에 경남도를 제소할 수 있다.
또 경남도가 복지부의 재심의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홍 도지사는 같은 날 경남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의 조례 개정안 재의 요구에 "도지사의 행위가 귀속될 수 없다"며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이를 경남도의회에 전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암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만약 경남도가 홍 지사의 생각대로 거부한다면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따라 복지부장관이 재심의를 요구한 일로부터 20일이 지난 시점부터 7일 안에 대법원에 직접 제소하거나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적자로 공공의료 붕괴 안 된다"
정부, 지자체에 ‘경고 메시지’ 전달
복지부의 진주의료원 해산 재심 요구는 전국 지자체들에 이번 사태로 공공의료 붕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경남도가 주장하는 '만성 적자'는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를 들여다보면 2011년도 전국 34개 공공의료원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청주·충주·서산·포항·김천·울진·제주 등 단 7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적자다.
이들 공공의료원의 수익이나 인건비 등 지출비용을 모두 합치면 한 해 적자는 무려 655억5천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처럼 적자에 시달려온 공공의료원의 경제논리를 따져 폐업·청산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나 의료계의 시각이다.
이들 공공의료원은 민간 의료시설이 감당할 없는 지역 주민들이나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떠맡고 있는데다 국가적 보건의료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정부로선 이런 기능의 공공의료기관을 만성적자를 핑계 삼아 문을 닫게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이다.
의사·약사 등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도 공공의료기관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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