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의협-병협 혹시 결렬(?)‥“갈 때까지 간다”

조현진(bktimes@naver.com)

이제는 갈 때까지 간 것일까?

한때 바늘과 실처럼 한목소리를 내던 의협과 병협의 사이가 포괄수가(DRG)의 건정심 통과 후 심상치 않게 돌아가다가 냉랭해지면서 최근 더 악화돼 결렬수순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두 의료단체의 불편한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는 포괄수가의 건정심 통과 전후부터다.

당시 일부 의료인은 한목소리를 내야 할 두 의료단체가 DRG에 찬반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자 싸잡아 막말까지 쏟아냈다.
이들은 병협을 향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DRG에 정부의 의도대로 따라간다”며 ‘경영단체’ 의협엔 “아무런 대책 없이 히든카드인양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고 여겨 ‘철부지 맘’이란 원색 섞인 별칭까지 붙여 됐다.

이때까지 의협과 병협은 불편한 심기를 숨겨왔다.

그러나 의료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DRG가 건정심에서 통과되자 의협과 병협의 관계는 급변했다.
이미 건정심에서 탈퇴한 의협은 병협이 회의에서 DRG 시행에 반대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반응이 없자 찬성 편에 선 경영단체란 비판과 함께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당혹한 병협은 부담스러운 듯 당시 포괄수가제 수가 안에 찬성한 게 아니라 반대 입장에 섰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공허해지면서 의협과 관계가 악화됐다.

이후 상대에 냉가슴을 끌어왔던 이들 의료단체의 불편한 심기에 불이 지펴졌다,

이번엔 의협이 지난 1일 시행된 '포괄수가제'를 수용하고 5개 질병군의 수술거부를 하지 않는 대신 의료계에 불합리 건정심 구성원의 재편성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면서 병협 배제, 의사(전공의)노조 설립, 수련병원 업무 제3의 기관 이관 등을 꺼내면서 시작됐다.

병협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의협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날 병협은 "의료계가 하나가 되어도 부족한데 동료 단체를 비방하고 활동을 방해한다"면서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었다. 더 이상 사실을 왜곡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병협은 의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압박카드를 사용할 태세다.

이상석 부회장은 의협 집행부를 겨냥해 "아니면 말고 식 노이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연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 상당수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교수들의 월급에서 의협 회비를 일괄적으로 공제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병협은 지금처럼 자극하면 일괄공제를 중단시켜 의협의 목줄을 조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은 병협 핵심 인사들이 지난 4일 가진 긴급 모임에서 논의 끝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병협에 공격성을 드러낸 의협에 대응, 성명서에 들어갈 내용과 발표일자를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협은 “병협의 경고에 갈 길을 가겠다”며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의협 관계자는 "예상했던 대로다. 우리는 갈 길만 갈 것"이라며 말을 잘랐다.

이 같은 조짐이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의협의 성명서에서 이미 나타났다.

같은 뿌리 '의협-병협' DRG 둘러싸고 앙숙됐다(?)
"병협 찬성에 충격적" VS "공조 깬 건 의협"

의협은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질 저하, 국민 피해는 정부와 병협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으로 총액계약제가 한 발 더 앞당겨지도록 기여한 병협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의협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제도를 국민의 이해 없이,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건정심이 결정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더욱 더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맹공을 폈다

당시 의료계로선 의협이 이처럼 병협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바라봤다.

앞서 두 단체가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을 놓고 이견을 보여 온데다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갈등은 예견돼왔다.

이러한 조짐은 의협이 건정심을 탈퇴하면서부터 보여 왔다.
건정심은 의협이 탈퇴를 선언하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위원회명의로 발표했고 병협의 이름을 올렸다.
이때부터 병협과 의협은 제갈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 졌다.

당시 병협 관계자는 "협회는 일관되게 포괄수가제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해 왔다"면서 "언제 의협과 공조하기로 합의했냐(?). 포괄수가제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이 당연 적용에 반대한다는 동의서를 받아오면 공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의협은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병협 일각에선 공조 틀을 깬 것은 의협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