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8.12 약가제도 개편방안에 제약계는 물론 도매유통업계 등 종사자들이 제각각 이해득실을 따지는 주판을 두들기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 근로자가 약가인하의 유탄아닌 직격탄을 맞게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제약사의 경우는 이번 약가인하 조치 이전부터 노무비 등 원가율이 다국적 본사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원가율을 낮추고 1인당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는 게 제약계 시각이다.
16일 제약산업 노조가 가입돼있는 국내 최대 노동자 단체인 한국노총이 성명서를 내며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을 재검토하라 촉구한 데도 이런 문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노총은 같은 성명서에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발표 이후 사용자단체가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가 정리해고였다'며 '노사가 공동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을 빌미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면 더 이상의 산업평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는 벌써 정리해고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고 있다. 대개의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조치 이후 기대 수익률을 비교 제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판촉비 등의 절감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력구조조정도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자연 감소를 꾀하는 방식이 중론이지만, 내년초부터 일시에 단행되는 조치임을 감안하면 당장의 정리해고도 진행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 약가인하가 되면 가장 부담스러워할 지출 영역이 인건비 아니냐고 따져묻는 종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제약협회는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2010년)을 인용, 제약업종은 매출액 대비 54.12%의 매출원가구조를 기반으로 10.26%의 영업이익과 5.56%의 순이익을 거두어 4.87%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중 삼중의 약가인하 조치로 이미 제약산업의 순이익률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지만,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제반 물가상승요인의 영향으로 매출원가 비율은 2008년 51.59%에서 2010년 54.12%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다국적 제약사의 철수론은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동일성분 동일약가 제도가 시행되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오리지널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실상은 제네릭 위주의 국내사가 더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점유율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도, 다국적사는 2-3년후 다시 부흥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앞의 성명서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 한미 FTA 협정이 통과될 경우 전 세계 제약시장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특허신약 약가 산정에 있어 과도한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받게 되고, 한번 정해진 약가에 대해 가격인상에 대한 신청권을 갖게 됨으로써, 향후 상시적인 가격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약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제약계 근로자들의 퇴로도 마땅치 않다. 국내 제약사 영업 경력자들은 제약사를 떠나면 유통업계로 옮겨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을 기대해온게 현실이나, 약가인하 이후에는 유통업계 몫의 크기도 줄 것으로 예상돼 마땅치 않다고 걱정하고 있다.
결국 약가인하가 소비의 주체인 가계의 부담을 덜어준다고는 하나 제약계 노동자들의 가계 수입을 깍아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번 조치는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이라고 하지만, 제약계 종사자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제약산업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며 "경쟁력이 없으면 퇴출돼야한다는 논리이며 없으면 싼 제네릭 사오면 된다는 식이 아니겠나?"고 되물었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혁신형제약기업 30-40여곳, 일반 제약기업 70여곳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문을 닫아라는게 정부의 의중이라고 소곤거리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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