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모자보건법에 대해 합리적-현실적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의협 동아홀에서 개최된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2차)토론회’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의학적 관점에서, 일정한 기간 내에서는 사회 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돼야 하며, 의학적으로 시술이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시기는 3개월 이내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후의 중절수술은 시술의 위험성이나 후유증이 심할 수 있고 시술시간, 산모의 고통, 비용도 증가되므로 일정 기간(12주) 이후의 수술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제한은 산모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다. 따라서 상담과정 등 일정 기간의 숙려 제도를 시행해 수술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출생 후 생존이 가능한 시기(24주 이후)의 수술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금하되,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산부의 생명권과 더불어 판단돼야 한다” 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술의 허용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돼야 하며, 허용사유를 구체적으로 질환이나 사유로 제한하기 보다는 일정한 상담을 통해 작성된 소위 ‘체크리스트 점수제’ 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부회장은 “인공임신중절을 쉽게 하기 위해 그 범위를 넓히려고 법 개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극복하고, 여성의 행복권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여성의 건강에 사회가 관심을 갖도록 다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개정이 되길 바란다”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손영수 모자보건법 TFT 위원장은 “의협 혹은 의사 단체 차원에서 인공임신중절 허용의 사회·경제적 사유를 중심으로 하는 비의학적 논의를 주도한다는 자체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마련한 ‘태아측 이상과 모성의 보건의학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을 중심으로 하는 모자보건법의 부분 개정안만으로 전체적인 모자보건법의 개정 내용이 결정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임신중절수술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사회 경제적 사유를 도입하면서 상담을 전제로 한다면 오히려 무분별한 수술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며, 수술건수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며, 다만 임신기간별 허용방식, 허용사유 평가, 상담자 및 상담대상의 문제 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인영 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입법 과정에서 임신중절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으며,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 임신의 경우 부모동의에 따른 문제점, 즉 임신지연이나 불법시술소를 찾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미국의 경우처럼 판사 혹은 관계기관의 동의로 대신할 것을 고려하자고 제의했다.
두영택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는 법이란 보편타당하고 국민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하고, 그것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며, 그것이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국민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우 여성가족부 기회재정관은 임신중단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임신과 관련한 법제도에서 출발해 결국 이 법제도의 개선으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으며, 이 출발과 결론사이에는 많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이성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이 필요함은 물론 이들을 조화하여 임신과 출산, 그 중간에 있는 임신중단에 대한 보편타당하고 이성적인 논의가 전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준 회장은 “여러 패널 토론자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임신중절과 관련된 모자보건법의 개정은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여성의 건강,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위함이 목표며, 합리적이고 현실성을 반영한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위해 사회 각계 각층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21일 대한의사협회는 의학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의 허용규정을 중심으로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1차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제1차 토론회 결과 비의학적 사유, 즉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여부는 필연적으로 동반돼 논의돼야할 주제라는 점에 일치된 의견을 보였고, 이에 비의학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규정을 중심으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차원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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