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환자나 지역 내 거주하는 응급환자만 우리병원으로 모셔오세요. ”
많은 지역환자를 유치하려는 모 민간대형병원 관계자가 응급환자를 수송해온 권역 내 119 구조응급차 소방구급요원이나 지방 129 응급차량 운영자에게 은밀하게 건네는 귀엣말이다.
그리고는 대가로 많게는 10만원 적게는 5만원이 건네진다.
치료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응급환자만 가려내 자신의 병원으로 옮겨 오되 신분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보호자가 아예 없는 행려환자 이송은 자제해달라는 뜻이다.
이 탓에 연고자 없이 나그네가 되어 떠돌다 뺑소니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행려자나 지병이 갑자기 악화된 중환자는 어김없이 국공립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다.
이처럼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실이 각 시도 지역대형병원과 중급민간병원에서 벌어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모 공공병원 관계자는 응급차에 실려 온 환자가 거의 교통사고로 사망했거나 지병이 갑자기 악화돼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라며 이들 대부분이 행려자여서 연고자를 찾지 못한 채 시신 수구를 냉동실에 보관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게다가 행려환자는 신분증 또는 경찰관서의 지문조회 등을 통해 무연고자로 확인돼야 의료급여법에 의거 관할지역 시장·군수·구청장이 보장기관이 돼 진료 개시 일부터 소급, 의료급여를 받게 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민간대형병원이 행려환자를 꺼린다며 응급현장에서 땀 흘려 헌신하는 모든 구조대원과 죽은 행려자의 명예까지 더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려자라도 생명이 위독하면 가까운 민간병원 응급실을 찾아 응급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행려환자에 대한 지자체의 허술한 행태도 꼬집었다.
18일 행려환자 보호자와 원미구, 민간의료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 4월 심곡동 소재 S여인숙에 투숙한 J모씨(45)가 뇌출혈로 쓰러져 부천 S병원으로 후송됐으나 D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당시 원미구는 경찰관서로부터 무연고자임을 확인받아 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해야 하는 행정과정을 무시한 채 2년이 지난 후에나 행려환자의 지문을 채취, 경찰관서에 의뢰해 보호자를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천 D병원도 입원했던 행려환자를 관할행정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채 입원비 등 의료수가를 높게 받기위해 퇴원수속을 밟아 1주일 후 재입원 한 것처럼 거짓서류를 꾸몄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뒤늦게 통보받은 행려환자 보호자(동생) J모씨(44.경기도 안성)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모가 알려지게 됐다.
동생 J모씨는 “원미구가 신원조회 절차 없이 행려환자 번호를 남발해 2년이 지난 올해 4월25일 구청으로부터 형님이 D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과 함께 무연고 행려환자 인수요청을 통보 받았다”며 “원미구 관계자가 신원조회 없이 J씨를 행려환자로 분류, 번호를 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부천 D병원의 경우 2~3개월 단위로 진료비를 청구해와 심사를 거쳐 의료급여를 지급해 왔다”면서 “행려환자의 입원요양비는 24시간 의사가 관찰을 요구할 경우만 100% 지급되며 입원일로부터 15일이 경과되면 삭감되기 때문에 삭감비용을 줄이려고 재입원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부천관내 행려환자 번호를 부여한 수는 원미구 53건, 소사구 16건, 오정구 17건으로 파악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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