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태아성감별 개정안 헌법재판소 결정 따라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 이하 산의회)가 태아성감별을 32주 이후부터 허용한다는 개정안에 대해 최소 24주 이후로 바꾸어야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지난 11월 26일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통해 의료법 제20조 태아성감별 금지조항을 수정해 임신 32주를 초과한 경우에 한해 태아 성감별 및 고지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해 태아 성감별 고지 금지기한을 임신 32주 이전으로 한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내용은 지난 8일 전체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산의회측은 사실상 태아성감별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으며,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이 난 태아성감별 금지규정이 다시 부활하는 것과 같아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며, 회원들과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와 억압이 계속되어지고, 불합리한 규정의 존속으로 혼란이 야기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8년 7월 31일 헌법재판소는 ‘태아 성별에 대한 고지를 금지’ 하는 구 의료법 제19조 2항에 대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와 태아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정부에 의료법 관련규정을 200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구 의료법 제19조의 2 제2항의 태아성별고지 금지는 성별을 이유로 한 임신중절을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임신중절이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에서도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었다.

이에 산의회측은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과 더불어 원하지 않았던 임신이라 하더라도 안심하고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구축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할 것을 촉구하며, 기형아 임신, 미혼임신, 저소득층 임신 등을 국가와 사회에서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의료제도 구축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의회가 제시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과 태아 부모의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신 전 기간에 걸쳐 태아 성감별과 이에 대한 고지를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태아 성감별과 그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이 우려된다면, 인공임신중절이 이루어질 수 없는 모자보건법 규정에 근거해 임신 24주 이후부터의 진료과정상 인지하게 된 태아의 성별은 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의료법은 산모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성별에 대한 알 권리를 거부하는 행복추구권의 억제와 산부인과 주치의로써 태아 성별 고지를 불허하는 의사로서의 직업의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었고, 개정권고안이 제시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2. 더욱이 최근 저출산 현상으로 한 자녀로 만족하는 부부들이 많아지면서, 태아성감별은 남아선호사상으로 남아 출산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했던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산모와 가족에게 설레는 출산준비를 위한 선물과도 같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제공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현시점에서 태아성별고지금지 규정은 이미 현실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에도 태아성별고지 허용주수를 구태의연하게 32주로 규정한다는 것은 요실금 문제, NST건 등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임상 현실을 무시한 의료소비자, 공급자 모두에게 불합리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