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6명 이상은 피임 상담시 의사를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9월 26일 3회째를 맞는 ‘세계 피임의 날(WCD: World Contraception Day)’을 기념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유럽•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세계 15개국 15~24세 약 3,2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性)과 피임에 대한 인식과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아•태피임협의회(APCOC)를 포함해 성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10여 개의 국제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청소년들 10명 중 6명(61%)은 ‘의사’를 피임 상담의 가장 신뢰할만한 창구로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어머니(27%), 선생님(21%) 등으로 나타나 피임 교육시 산부인과 전문의를 활용한 교육과 상담의 유용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표1].
[표1]피임에 대한 정보 출처 중 가장 신뢰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또 다른 나라 또래 청소년들과 비교해 피임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고 피임 자체를 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한국 청소년 200명 중 ‘다양한 피임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68%로 1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전세계 평균(27%)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알고 있는 피임법의 수도 한국이 2.6개로 가장 적어 전세계 평균(3.7개)과도 1개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는 10대 임신중절수술이 연간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학교나 전문가를 통한 보다 실질적인 청소년 대상 성교육이 필요하며, 피임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표2] 몇 가지 피임법을 알고 계십니까?
피임에 대해 다른 사람과 편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대부분의 한국 청소년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문란하게 생각할까 봐’라고 대답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청소년들의 경우 피임에 대해 얘기할 때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문란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 청소년들은 성문제에 있어 남들을 의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한국 청소년들은 피임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피임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적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점에 가장 높은 호응도를 나타냈다.
[표3] 피임에 대해 좀 더 편안하고 쉽게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서는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남성의 경우 ‘그 당시에 피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여성의 경우 ‘상대방이 원치 않아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아 피임에 대한 남녀간 큰 인식 차를 보였다.
효과적인 피임수단을 묻는 질문에 전세계 대다수 청소년들이 콘돔과 먹는 피임약 등을 꼽았고,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먹는 피임약의 효과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복용율이 매우 낮아 각 피임법에 대한 복용법 및 부작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중심으로 피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줬다.
한편 한국의 청소년들은 피임 실패율이 높은 생리 기간 중 성관계가 효과적인 피임법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청소년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연구회 회장 겸 아태피임협의회(APCOC)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이임순 교수는 “2009년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세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 성교육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는 반증이다”며 “글로벌화에 따라 사회가 개방되고 청소년들의 성의식은 높아져가고 있지만 학교나 의료전문인을 통한 성교육이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청소년들의 성의식이나 행태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의 보건교사나 산부인과의 전문의처럼 청소년들이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한 범국가적인 교육 시스템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2009년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바이엘헬스케어(바이엘쉐링제약)가 TNS 헬스케어를 통해 세계 15개국(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스페인, 터키, 영국, 호주, 중국, 싱가폴, 한국, 태국, 미국)의 15~24세 청소년 약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지난 7~8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경우 남녀 각 100명씩 총 200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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