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생물학은 한국의 한의학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세계적인 시스템생물학 분야 석학 영국 옥스퍼드대 데니스 노블 교수는 24일 대전 대덕특구내 한국한의학연구원 구암관 대강당에서 열린 '체질의학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 "시스템생물학과 한의학은 통합과 융합의 관점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하기 때문에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날 노블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유로 한의학이 시스템생물학과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블 교수는 기존의 분자생물학은 유전물질인 DNA를 비롯해 단백질과 같은 가장 작은 생물 구성요소를 규명하고, 유전자 수준에서 생명현상의 비밀을 연구해왔다. 반면 시스템생물학은 이런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을 거쳐 어떻게 생명기능을 발휘하게 되는지를 연구한다하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심장박동이 수십 개의 단백질과 그 밖의 여러 성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지듯 심장박동과 같은 생명기능이 DNA뿐만 아니라 세포, 조직 등 인체의 다양한 구성인자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는 개념이다.
노블 교수와 인터뷰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분자생물학의 한계가 있다는 것인가?
▲분자생물학은 생물을 가장 작은 조각, 즉 분자로 분해해왔고, 이를 통해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 2만5천개 가량을 규명해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분자 조각을 합쳐서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시스템생물학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시스템생물학이 성공하려면 분자생물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스템생물학은 게놈 서열이나 단백질 구조 같이 분자생물학이 제공하는 데이터가 필요하고, 분자생물학은 성분의 기능을 규명하는 시스템생물학의 고차원적인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생물학의 전 세계적인 연구현황은.
▲시스템생물학 프로젝트와 센터, 부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출범했고,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는 주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가상 체질 인간'을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700만 유로의 기금을 모은 바 있다.
시스템생물학의 통합적 접근 방식이 한의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의학은 시스템생물학의 접근방식과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심장이나 비장, 간, 신장 같이 인체 기관을 언급할 때 해부학적인 기관 뿐 아니라 인체 기능을 언급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사상체질의학에서 말하는 '균형'의 개념도 19세기 중엽 클로드버나드가 처음 도입한 '항상성' 조직 개념과 유사하다.
시스템생물학적으로 접근해서 사상체질의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의학의 독특한 부분은 사상체질의학인데 이것은 기질과 성격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4가지로 나누고 그에 적합한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환자맞춤형' 치료시스템이다.
유전자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독특한 구분법인 사상의학은 시스템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분류를 보다 세분화 할 경우 1만가지 체질이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서양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상체질은 서양의 환자 중심적 접근방식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동양식 환자 중심적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서양과학의 입장에서 바라 본 한의학의 장점과 단점은.
▲내가 있는 곳은 한의학을 괄시하는 경향이 있다. 시스템생물학을 연구하는 동료 교수들도 한의학자들과 연구할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어야 하는데 실험이 아니라 전통에 의존한다.
장점은 환자의 마음과 몸을 모두 치료하는데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의학에서 두 가지의 도움을 받았는데 마사지와 명상이다. 특히 정신을 통해 몸을 치유하는 방법인 명상은 약물은 통한 우울증과 정신분열증 치료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는 연구도 진행된바 있다.
이번 심포지엄이 지닌 의미는.
▲동서양의 학자들이 모여서 토의하는 이런 심포지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심포지엄과 세미나에 참석해봤지만 동서양을 아우르는 심포지엄은 이번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이런 독특한 심포지엄 개최가 가능한 것은 동서양의 의학적인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연구원 종사자들이 한의학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등 서양생물학에 정통한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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