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장종호)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일 내과학회가 심평원의 고지혈증 치료제 경제성평가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발표한 후 심평원은 9일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내과학회 “평가결과 신뢰성 의문”
내과학회는 심평원이 진행한 고지혈증약 비용효과 연구에 있어 후향적 연구자체가 문제다며 주요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주요 의료비용이 빠져 있거나 치료기간이 축소됐다는 점. 일례로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후 집에서 일상적 활동이 가능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간병 등에 필요한 비용은 알수 없다는 가정으로 분석에 포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이미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중풍도 86%가 서비스 대상자로 판정돼 있기 때문에 의료비용 중 천문학적인 비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뇌졸중 합병증으로 추가되는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비율에서도 전문가 자문에서 3~6개월로 회신했음에도 3개월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비용효과성 연구에서 LDL-C를 지표로 이용했음에도 스페인에서 발표된 결과와 같이 LDL-C에 대한 분석결과가 없는 것도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청구분과 분석대상환자가 일치하지 않는 등의 일관성이 결여돼 분석의 심각한 오류 내지 자료의 조작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특히 실의료비용의 산정과 분석에 있어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분석과 추측에 의거한 추정치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 이것은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자료고 약 98%의 환자가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상병명의 부정확한 기재나 오류 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알수 없기 때문에 보수적인 방법으로 100%라고 가정했다는 점은 학문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일고의 고려가치가 없고, 환자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의료비용 분석에 있어 검사, 입원, 뇌졸중 합병증 등으로 발생한 환자의 수익손실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근거기반, 이의신청후 검토예정”
이에 대해 심평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5월 16일 공개한 ‘고지혈증평가결과 보고서’는 근거중심에 기반을 뒀고, 기존에 치료받던 고지혈증 환자들이 평가결과에 따라 진료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결정에 신중을 기했음에도 내과학회에서 자료조작이 의심된다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뇌졸중 환자에게 발생하는 장기요양 비용, 연구 분석 대상 및 기간, 협심증 환자의 진료비용, 환자의 수익손실 비용의 포함 여부, 비용 산출 근거 등은 이미 보고서를 통해 상세히 공개한 내용이라는 것.
심평원측은 “고지혈증 치료제 평가 결과는 해당 제약사에 5월 26일 개별 통보하고, 19일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며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제약사에서 의견을 제출하면 그 내용을 중심으로 검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뇌졸중 환자에게 발생하는 장기요양 비용이 없거나 치료 기간을 축소했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3개월을 기본으로 했고, 6개월은 민감도 분석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 보험청구분과 분석대상 환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 의무기록 조사까지 거쳐 최종 상병을 확인한 질병코호트가 있어 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협심증은 구축된 코호트가 없어 2006년 자료를 분석했으며, 최종 비용은 세 가지 상병 모두 분석시점인 2007년을 기준으로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대립은 양측의 치열한 공방속에 힘과 논리의 싸움으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학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학회와 심평원간 대립은 계속돼왔지만 늘 지는 쪽은 학회였다”며 “이번 사건도 경제성 논리와 힘을 앞세운 심평원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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