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2,762명 조사, 분석 '건선-정신질환 상관관계' 공동연구
이지현 교수 "건선 환자 불안 증상 있으면 조기에 다학제 진료 필요"
논문, 국제학술지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 게재
[보건타임즈] 난치성 피부질환 '건선'을 앓는 환자가 불안장애, 우울증, 신경증성 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정상 일반인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논문요약)가 나와 주목된다.
건선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무릎이나 팔꿈치처럼 돌출된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빨간 반점에 각질이 덮인 모양을 보인다.
심하면 한꺼번에 온몸으로 번지기도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이지현 교수(공동 교신저자), 방철환 임상강사(공동 제1저자)와 광운대 경영학부 이석준 교수(공동 교신저자), 윤재웅 연구원(공동 제1저자)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건선과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12,762명을 상대로 우울증, 불안장애, 급성 스트레스 반응, 신체형 장애, 신경증성 장애, 비기질성 수면장애 정신질환을 겪을 위험도와 발생 기간을 공동으로 조사, 분석에 들어갔다.
정신질환 중 신체형 장애는 정신적 갈등 때문에 신체엔 문제가 없으나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비기질성 수면장애는 신체적 원인이 아닌 정신적인 수면장애를 뜻한다.
이 결과, 건선 환자는 정상 대조군보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1.25배)을 제외한 나머지 정신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았다.
이 가운데 불안장애는 2.92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신경증성 장애 2.66배, 신체형 장애 2.62배, 비기질성 수면장애 2.58배 순이었다.
여성은 우울증, 남성은 신경증성 장애와 신체형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높게 분석됐다.
남녀 모두의 정신질환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61일로 가장 짧았으며 우울증과 신경증성 장애가 각각 196일, 224일로 가장 길었다.
불안장애, 신체형 장애, 비기질성 수면장애는 86일에서 94일로 발병까지 3개월가량 걸렸다. 여성 건선 환자가 불안장애에 걸리는 기간은 53일로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3%의 유병률을 보이는 건선은 국내에서 16만 명 이상이 고통받고 있다.
건선 환자는 질병보다는 주위의 편견으로 힘든 사례가 많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건선은 노출되는 부위에 나타나 전염병으로 오해받기 쉬워 환자들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사회생활이 왕성한 30~50대 환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해 정신적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다.
건선이 발병하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시스템 이상으로 몸속 특정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질환이어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 증상을 완화시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은 무릎이나 팔꿈치에 이유 없이 붉은 반점이 생겼거나 눈에 띄게 각질이 증가했다든지, 손톱 끝이 하얗게 부서지거나 손발톱이 벌어졌을 때 의심할 수 있다.
머리에 건선이 생기면 비듬으로 착각하거나 붉은 피부는 아토피나 접촉성 피부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건선 치료에는 연고와 경구 약, 광선치료, 생물학적 제제 등이 사용된다.
이지현 교수는 "건선 환자의 정신질환 위험도가 높은 데다 일부 질환은 2~3개월 만에 발생할 수 있다"며, "건선 환자가 불안 증상이나 우울증상, 불면증 등이 있을 땐 피부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철환 임상강사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면역세포 중 하나 T세포(17타입)와 관계된 염증 반응이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이 대표적으로 T세포와 관련된 질환이라서 정신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와 이공계 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 연구논문은 피부과학저널 'JAMA Dermatology 6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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