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복지부 관리권한 빠져 보건소와 '의사소통채널' 불통
김 이사장 "공중보건정책에 현장 실정, 애로사항 반영 안 된다"
[보건타임즈] "공중보건에서 체계의 개념과 역할 정립이 가장 다급하며 이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대한공공의학회 김혜경 이사장(사진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장)은 지난달 28일 국립 정신건강센터 대강당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공중보건의 근본취지대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서민의 건강을 책임 있게 제대로 돌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이 같은 노력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먼저 꼽는 문제로는 서민의 건강을 책임 있게 돌봐야 할 공중보건정책에서 보건당국이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보건소의 조직과 인력을 관리할 운영권과 역할이 빠졌다는 거다.
"현행법 상 보건복지부는 보건소의 조직과 인력을 관리할 권한이 없으며 보건소는 시 관할 산하 직속기관 구청이나 군, 면에 소속돼 지자체의 추진업무 우선순위에서 아예 뒷전으로 밀려 조직, 인력, 예산이 매우 열악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이런 업무체계가 계속 유지됨으로써 복지부와 보건소의 의사소통채널이 아예 끊겨 정부의 공중보건의료정책에 지역의 현장실정이나 애로사항이 전혀 반영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학회에 따르면 ▲의료와 공중보건의 차별과 보건개념에 대한 명확한 인식부족 ▲예방보다는 치료를 지향하는 국가정책 ▲국가보건의료재정을 국민건강보험 등 치료비에 대부분을 배분하거나 치중 ▲인구노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의료비의 급증 등은 공중보건이 발전할 수 있는 여력과 길목을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보건의료예산이 이 요소들에 집중되거나 몰리면서 공중보건예산 편성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학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부의 예산은 총 558,436억 원이며 이중 사회복지에 264,793억 원(47.4%), 공적기금엔 192,509억 원(34.5%), 보건의료에는 건강보험 77,860억 원(14%)과 보건의료에 쓰일 23,274억 원(4%)을 합한 101,134억 원(18.1%)이 각각 배정돼 있다.
공중보건예산은 전체의 4%를 차지하는 보건의료 23,274(전체 예산의 4%)억 원에 끼워 놓았다.
이에 김 이사장은 "전체 예산에서 공중보건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진다면 초라할 정도로 낮다"면서 "늘릴 방법을 좀 더 연구해봐야겠지만 의료 쪽에만 치우쳐선 공중보건을 논의할 수 없다"며 "최소한 5~6%정도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일선 보건소의 조직, 사업 등에서 분야가 다른 부처의 불필요한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방문간호사, 운동치료사, 건강검진인력 등 인력의 절반이 비정규직이어서 문제가 많은데다 메르스 등 감염병에 대응할 관리 체계 강화와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지 2주년이 지났지만 실지 보강된 것은 보건소별로 인력이 작년이 1명 늘었다는 것이며 이 인원으로 과연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등 재난에 준하는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현재 중앙과 지방간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 보건문제는 발생한 현장소관 지역이 가장 잘 파악, 신속한 조치가 가능해졌지만 지원과 조정은 지방보다 중앙정부가 맡는 쪽으로 체계를 개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학회는 재난응급의료 매뉴얼과 실전훈련도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현장응급의료소장이 지역의 보건소장을 담당하지만 실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정확한 역할 설정과 철저한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회는 공중보건윤리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학회는 지역 간의 건강지표와 격차가 심해 건강불평등 광범위한 연구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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