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공부해 시험을 통과한 만큼 투지를 가지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북한 평양의학대학 박사원(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북한과 외국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다 탈북해 남쪽에 정착한 이경미(41)씨가 지난 18일 올해 제72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 한국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한국에서 북쪽 의대 학력을 인정받고 의사고시를 치러 합격한 두 번째 경우로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첫 번째 시험에 합격했던 탈북자는 인턴 과정 중 사망했기 때문에 북한 학력을 인정받아 남쪽 의사 자격을 딴 사람은 이 씨가 유일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 탈북출신 의사들은 약 80명이나 되지만 북한의대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선 의대 졸업장 등 증명서류가 있어야 하고, 의사국가고시를 합격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북한에서 의사 과정을 모두 마친 후 남편과 함께 제3국에 파견돼 10년간 일반외과 의사로 활동하다 2004년 말 탈출에 성공해 국내에 정착했다.
이 씨는 해외에서 약 500건의 수술을 집도했으며, 남쪽에서도 계속하기 위해 지난해 말 본격 도전에 나섰다.
이 씨는 “북한은 러시아계통의 의학용어를 모두 번역해서 사용하지만 한국은 미국식 의학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공부하기가 힘들었어요.”라며 “그나마 해외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면서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선진의학기술도 접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 과목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보건의약관계 법규. 경영이나 법적 문제들이 중심이 되는 이 과목은 예비의료인들도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과목인 만큼 이 씨에게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 “한국에선 초음파나 C.T 등 첨단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이 일상적이지만 북쪽에서는 노동당 간부 등의 특수계층도 사용하기 힘든 시설이었기 때문에 의료 영상자료 분석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이 씨는 말했다.
특히 이 씨는 “남편과 외동딸이 아무 불평없이 저를 도와줘서 고맙고, 경희대와 인제대 의대 교수들이 독학하는 저에게 의대 졸업생들이 보는 모의고사도 치르게 하고, 교재들도 추천해 줘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 이 씨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남쪽 의사들이 거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이 씨는 “ 향후 개업할지, 병원에 취업할지 결정하진 못했지만 과거보다 발전된 모습의 의술을 펼치는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