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리 센터장, “치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절실”
신장이식환자 중 교차반응항체가 높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대기 기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반응항체(PRA)란 이식 장기를 공격하는 면역물질의 일종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안규리)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원내 신장이식대기환자 1,231명을 분석한 결과 대기 7년 이상 환자 159명 중 약 30%가 교차반응항체 수치 50% 이상으로 신장이식 받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대개 교차반응항체 수치가 50% 이상이 되면 이식전 교차반응에서 양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 신장이식을 받기 힘든 상태로 본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뇌사공여자가 부족해 국내의 경우 신장이식을 받기까지 평균 4.7년, 교차반응항체 수치가 높을수록 대기기간은 더 길어진다.
미국 장기이식센터(UNOS)의 자료에 따르면, 뇌사자 신장이식 대기자 중 교차반응항체가 있는 환자는 약 30%다.
고도로 감작된(80%이상의 PRA 역가를 보이는 경우)환자는 평균대기시간이 10.3년으로 낮은(10%미만의 PRA 역가를 보이는 경우)환자의 3.6년에 비해 3배정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이식은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보다 삶의 질, 합병증, 사망률 등의 지표에서 월등히 우월해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는 게 장기이식센터의 설명이다.
그러나 환자가 과거 잦은 수혈과 장기 이식을 하게 되면 혈액 내 교차반응항체가 높아져 신장을 이식받을 기회가 와도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등 대기기간이 길어진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이 탈 감작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체내 교차반응항체의 양을 줄이면서 항체를 생성하는 세포를 없애기 위해 면역글로불린, 혈장교환술, 리툭시맵 (rituximab), 볼테조밉(bortezomib) 등을 이용한다.
대개 이 치료를 하려면 약 4주간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탈 감작 치료는 장기이식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국내 일부 병원에서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탈 감작 치료를 하고 있다.
이 치료법은 2010년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 환자 3명이 치료와 신장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8명의 환자가 탈 감작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았으며 이중 4명이 신장을 이식 받고 새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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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한씨(사진 오른쪽)가 양재석 교수(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와 함께 외래 진료 후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혈액투석환자 박성한(41)씨는 1998년 아버지로부터 신장을 이식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2003년부터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그는 새 신장을 이식 받기 위해 KONOS(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이식대기자로 등록했지만 교차반응항체가 생겨 이식할 기회 때마다 번번이 좌절했다.
7년 넘게 기다렸던 그는 2011년 11월 1일 서울대병원에서 교차반응항체를 제거하는 탈 감작 치료를 받은 두 달 뒤 항체가 없어졌다는 최종 검사 결과를 받은 후 같은 12월 30일 성공적으로 신장을 이식 받았다.
안규리 센터장은 “해마다 신장이식 대기자가 급증하는데다 재이식, 교차반응항체를 가진 환자까지 증가하는 만큼, 이식 의료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지침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정부 차원에서 많은 의료기관에서 탈 감작치료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 교차반응항체 수치가 높아 이식을 못 받은 환자들의 신장이식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신장이식 대기 환자는 2012년 7월 기준 11,700명(출처=국립 장기이식 관리센터, KONO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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