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11시 건국대학교 병원 3층 수술실 앞.
몽골에서 온 오윤자르갈씨(26세, 여)가 가슴 졸이며 5살 난 딸 바상자르갈 양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윤자르갈씨는 3시간 남짓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마치고 나온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가 “이식한 인공 와우가 자리를 잡았으며 신호도 잘 받아들여 수술 후 경과가 좋을 것”이라고 전하자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오윤자르갈씨(사진 왼쪽)가 태어나면서부터 듣지 못한 어린 딸 바상자르갈 양(사진 가운데)의 청력이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딸과 함께 솔롱고스, 무지개의 나라 한국을 찾은 건 지난 17일이다.
이달 초 건국대학교병원(의료원장 이창홍)과 한국 관광공사가 마련한 ‘나눔 의료’ 프로젝트의 무료 수술 대상자에 선정된 뒤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가 현실로 한발 더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어머니 오윤자르갈씨는 “저희를 도와주신 병원 측에 너무나 감사하다”며 “딸을 위해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700킬로미터 떨어진 ‘볼강’ 지역으로 이사했지만 딸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도시에 나가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비록 듣지는 못하지만 환호 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바상자르갈 양에겐 이번 수술이 생애 가장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셈이다.
바상자르갈 양은 경과가 좋으면 한 달쯤 뒤에 세상의 소리를 직접 생생하게 듣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국대병원과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추진한 이 ‘나눔 의료 프로젝트’는 수술비와 항공료, 체재비 등 모든 비용을 두 기관이 공동 부담하면서 ‘국내 선진 의료 기술을 통한 해외 봉사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한층 더 고양시키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바상자르갈 양의 경우 배우 이다해씨(사진 오른쪽)가 수술 비용 일부를 부담해 국경을 넘는 사랑의 기부 문화를 정착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됐다.
이다해씨는 23일 오전 11시 건국대병원을 직접 찾아와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바상자르갈 양과 어머니를 격려했다.
이창홍 건국대병원 의료원장은 “지난 9개월 동안 몽골에서 직접 건국대병원을 찾아 진료 받은 몽골인이 230명이 넘는다”며 “선진의료 기술로 몽골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도 기여하는 병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이번 프로젝트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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