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뇌사자 간을 이식받은 이에스더 씨가 기타 연주자를 소개하자, 부인의 간을 이식 받은 후 급성거부반응으로 뇌사자의 간을 재이식 받아야 했던 정석만 씨가 나와 ‘또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를 연주했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2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타 병원과의 교환간이식으로 극적인 삶을 되찾은 박성우 씨가 색소폰으로 ‘나항상 그대를’을 들려주자, 관객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서울성모병원이 최근 17년 전 故 음태인(비오)씨의 뇌사장기기증을 추모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환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故 음태인(비오)씨는 지난 1993년 강남성모병원(現 서울성모병원)인턴으로 근무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선배의사였던 부친은 평소 아들의 장기기증 의지를 받들어 뇌사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그가 기증한 간과 신장, 각막 등은 5명의 장기부전 환자에게 새 생명을 줬다. 특히 간은 심한 간경화를 앓고 있던 환자에게 이식돼 현재까지도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다.
당시 간이식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김동구 교수(이식외과)는 “아직도 그 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뇌사판정 절차와 20시간이 넘게 걸린 간이식 수술 후 빠르게 회복되어 가는 환자의 모습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서울성모병원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은 “작은 음악회를 통해 17년 전 이식의 불모지에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힘든 결정을 내려준 고인의 가족에게 작게나마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며 “환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과정에 동참해 준 의료진에게도, 새롭고 값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환우들의 마음에도 희망과 감동으로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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