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약사와 종합병원의 의약품 직거래를 금지한 ‘의약품 유통일원화 제도' 폐지를 추진하면서 의약품 도매상과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의약품 도매상들은 정부가 종합병원과 제약사 간의 과거의 검은 거래 관행 재발을 부추기고 있다며 ‘폐지철회'를 촉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직거래 금지는 지나친 규제인 만큼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개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93년 의약품 유통을 둘러싸고 종합병원과 제약회사 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당국에 적발되는 등 폐해가 만연하자 이듬해 정부가 제약사는 연구 생산에 전념하고 유통은 도매회사들이 전담하도록 일원화하는 약사법 시행규칙을 마련, 종합병원과 제약회사의 의약품 직거래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최근 제약사들이 이 제도의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온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라며 개선을 건의하자 이 제도를 2010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복지부의 움직임에 도매협회는 국회와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연일 폐지 반대 시위를 갖는가 하면 폐지 반대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의약품 도매협회 관계자는 “의약품유통일원화제도는 대형병원과 제약업체가 직거래로 생기는 부조리를 막는 제도인데 이 제도가 없어지면 영세한 의약품 도매업체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치엽 의약품도매협회장은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다면 800개 도매업체가 도산하고 5만명이 실직할 것”이라며 “제약사는 연구생산, 도매업체는 유통이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정부를 상대로 강력성토했다.
반면 그동안 직거래에 제한을 받아 온 제약사들은 시장 경쟁 원리나 영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유통일원화 제도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형 제약사들은 “도매회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약값이 왜곡되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미약품, 한국유나이트제약, 대화제약, 한국메디텍 등 12개 제약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유통일원화 위반 행정처분에 잇따라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폐지 여론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도매를 하든지 직거래를 하든지 제약사 스스로 결정토록 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종합병원들도 “제약사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 유통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폐지를 환영하는 입장이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폐지 움직임을 놓고 일각에선“일부 이해단체의 로비가 작용해 복지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은 눈으로 보고 있어서 의료법 개정처럼 개정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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