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원은 5일 오후 4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한국 한의사와 미국 침술사 간의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한미 FTA 제5차 협상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석고대죄”하는 행사를 진행,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중보건한의사의 “석고대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저희들에게 제가 넷이 있으니, 하나는 지금의 죄요, 나머지 셋은 앞으로 지을 죄이옵니다.”
○ 지금의 죄 : “저희들의 임무인 한방공공보건사업을 몸과 마음을 바쳐 수행하지 못하였기에, 현명하신 장관님께서 ‘한국 한의사 - 미국 침술사 면허 상호 인정’과 같은 판단을 내리실 수밖에 없게 한 죄.”
○ 미래의 죄 : 한미FTA가 체결되면, “장관님께서 명하신 농어촌 주민들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할 죄.”
○ 미래의 죄 : 한미FTA가 체결되면, “장관님께서 명하신 한방공공보건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죄.”
○ 미래의 죄 : 한미FTA가 체결되면, “반만년을 이어온 민족 의학을 지키지 못한 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장관님께 머리를 조아려 저희들의 죄를 빕니다.
저희들의 죄가 넷이 있으니,
하나는 지금의 죄요, 나머지 셋은 앞으로 지을 죄이옵니다.
지금의 죄는 저희들의 임무인 한방공공보건사업을 몸과 마음을 바쳐 수행하지 못하였기에, 현명하신 장관님께서 ‘한국 한의사 - 미국 침술사 면허 상호 인정’과 같은 판단을 내리실 수밖에 없게 한 죄이옵니다.
장관님께서 저희들에게 명하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면, 현명하신 장관님께서, 한방공공보건사업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시어서, 이러한 판단을 내리시기 전에, 오히려 한방공공보건사업의 강화와 활성화를 명하시지 않았겠습니까?
장관님, 저희들은 1998년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 최초로 배치된 이래, 2002년 전국의 보건소 및 보건지소로 확대 배치되었고, 현재 8백 5십여 명의 공중보건한의사들이 전국의 농?어촌, 의료소외지역에서 장관님께서 명하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관님, 저희들이 염치없는 말씀을 올리자면, 공중보건한의사는 최초 배치 이래로, 어떤 다른 공중보건의사보다도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침통 하나를 들고, 차량이 지원되지 않는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는 자신의 차를 몰아,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첩첩산중 산골이면, 수 십 분을 걸어서, 농?어촌과 의료소외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왔습니다. 치료보다는 사람이 그리우신 그 분들께서는 저희의 두 손을 부여잡으며, 다른 어르신을 만나야하는 저희들을 놓아주지 않으셨습니다. 저희가 떠날 때는 편치 않은 몸으로 문밖 거동을 하시며, 눈물로 배웅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장관님, 또 염치없지만 저희들 생각에는 한방공공보건사업은 다른 어떤 보건사업보다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딱딱한 타과의 진료와 사업보다, 저희들 사업의 한 번이라도 손이 더 가고, 정이 더 가는, 그러한 특성을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특히 어르신들께서 저희 사업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이십니다.
하지만 장관님,
저희들은 부족했나봅니다. 더욱더 몸으로 움직이고, 더욱더 마음으로 일했어야 했습니다.
저희들이 그랬더라면, 현명하신 장관님께서 지금과 같이 한방공공보건사업의 미래를 앗아가시는 ‘한국 한의사 - 미국 침술사 상호 면허 인정’과 같은 판단을 내리시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님,
저희들의 사업을 다시 한 번 검토해주시옵소서.
그리고 한방공공보건사업이 정말로 필요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하신다면, 사업의 가능성을 더욱 지원해주시어, 사업의 미래를 밝혀주시고,
그 반대라면,
장관님의 판단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 저희를 달게 벌하소서.
저희가 지을 죄는 셋이니,
그 하나는 장관님께서 명하신 농어촌 주민들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죄입니다.
장관님, 지금 농어촌은 나이 예순이면 젊다고 말하는 곳입니다. 그러하신 분들의 소원은 맘 편하게 내 땅 부쳐 먹으며, 크게 아프시지 않고, 돌아가시는 것입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정말 많은 어르신들께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장관님, 요즘 그 분들에게 큰 시름이 생기셨습니다. 무엇인지도 잘 모르시는, 한미FTA가 바로 그 분들의 큰 시름이십니다.
동네의 젊은 사람들은 서울로 집회를 하러간다고 준비하고, 붉은 띠를 두르고 상경합니다.
그런데 집회에 올라가서, 살려달라고 외치면, 참 많이들 다쳐서 오십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톨게이트에서 막혔다고, 욕을 하시며, 돌아오시고, 소주를 참 과하게도 드십니다.
장관님, 장관님께서 저희들에게 명하신 임무는 그들의 건강을 돌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맘이 편해야, 그들이 먹고 살아야, 그들의 건강도 있지 않겠습니까?
장관님,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저희는 장관님께서 명하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니, 그 죄가 너무나 큽니다.
저희를 달게 벌하여 주소서.
저희가 지을 죄의 둘은 장관님께서 명하신 한방공공보건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죄입니다.
지금 저희가 장관님께서 명하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하여, 현명하신 장관님의 판단을 흐리게 한 죄가 있습니다.
더욱 몸으로 움직이고, 마음으로 일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장관님께서 동일한 판단을 내리신다면, 현재 저희 죄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장관님께서 명하신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으니,
그 죄가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저희를 달게 벌하여 주소서.
저희가 지을 죄의 셋은 반만년을 이어온 민족 의학을 지키지 못한 죄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의학, 한의학의 유구한 역사는, 구한말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구 의학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 국민과 함께 해온 민족 의학은, 최근에 들어서야 국가 공공보건의료 체계 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한 축으로서 그 역할을 키워나가며, 부활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최일선에 있는 저희들이 민족의학을 지키지 못한다면,
민족 앞에 큰 죄를 지은 것이니,
그 죄가 너무나 크다고 하겠습니다.
저희를 달게 벌하여 주소서.
예전 장관님의 글 중에 인용된 말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저희는 반만 조국을 사랑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희에게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죄들을 지은 자들의 슬픔입니다.
그런 저희들에게 어찌 노여움이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지은 죄에 대한 장관님의 처분만을 기다리겠습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한의과 한미FTA 비상대책위원회 올림
;)